폭격맞은 가자 병원에 널린 어린이 시신들 … 누가 비극 책임지나 [사설]

2023. 10. 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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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있는 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 BBC와 알자지라 등 다수 매체가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또 다른 무장집단의 오폭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정확한 진상은 곧 밝혀지겠지만 환자를 돌보는 병원을 대상으로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충격적이다. 민간인 희생을 넘어 병원 주변에 널린 시신의 다수가 어린이라는 점에서 반인륜적 만행이다. 교전 행위와 무관한 민간인을 살상하거나 병원 같은 보호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처벌되는 전쟁범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조차 "2008년 이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에서 발생한 가장 큰 피해"라고 전할 정도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포탄뿐만 아니라 물과 식료품 등의 공급이 막혀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집트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도 막혀 현지인들은 피란을 가지 못해 안에서 고사할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는 사태를 해결할 어떤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서 하마스 제거를 지지하는 반면 중동 각국은 병원 폭격을 계기로 반이스라엘 정서로 뭉치고 있다. 유엔은 전쟁 규탄 결의도 채택하지 못하는 등 존재감이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만 회동하면서 군사 지원과 함께 병원 참사 원인에 대해 테러집단의 오폭이라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지지했다. 다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가자지구 물자 통로 개방에 이스라엘의 동의를 이끌어낸 점은 평가할 만하다.

향후 병원 폭격 소행이 밝혀진다면 당사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마스의 공습과 인질 납치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에 대응해 무참한 민간인 살상도 용서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은 2008~2021년 네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를 공격해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은 전력이 있다. 전쟁과 반인륜적 범죄를 소탕한다는 측면에서 국제사회는 더 이상 과거처럼 묵과할 수 없다. 하마스나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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