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못 받는 위기 학생 4만 3천 명…"부모 책임 강화해야" [정서행동 위기 2편]
[EBS 뉴스12]
정서행동 위기 학생의 안전망을 짚어보는 기획보도, 이어갑니다.
우울이나 주의력 결핍 같은 정서 행동 문제는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기를 정해 진단 검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그런데, 위험군으로 진단돼도 제때 2차 기관에 연계되지 못 하는 학생이 해마다 수만 명에 이릅니다.
이유가 뭔지, 서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
교실의 기물을 부수고, 수업을 방해하던 학생을 지도하다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도 이 사실을 인정해, 해당 학생에겐 출석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교사는 이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적응 장애에 시달리다, 결국 휴직했습니다.
인터뷰: 교사 A씨 / 교권침해 피해
"잊어버리려고 하는데도 학생을 복도나 이런 데서 봤을 때 심장이 뛰고 불안하고 일상생활이 많이 무너지게 돼서…."
문제행동을 한 학생은 이미 학기 초 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위험 징후가 있었습니다.
교육청의 위센터나 병의원 등 2차 전문기관으로 연계해야 하는관심군이자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겁니다.
하지만 학생과 부모가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인터뷰: 교사 A씨 / 교권침해 피해
"ADHD로 생각이 들었고요 학생 보호자한테 수차례 치료를 권고했으나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했고 지금도 치료를 안 하고 치료없이 방치되어 있는 상황으로 들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정서행동 위기 관심군으로 진단되고도 2차 기관으로 연계되지 않은 학생의 비율은 연 평균 27.3%로, 4만 3천 명에 이릅니다.
특히, 지난해 2차 연계가 되지 않은 관심군 학생의 80% 이상은 학부모의 거부가 원인이었습니다.
인터뷰: 한성준 공동대표 / 좋은교사운동
"문제 행동이 학교 폭력으로 발전될 수도 있고 또 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거든요."
미국에서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인 정서 위기 청소년에 대해 부모가 치료를 거부하면, 아동학대로 처벌하고 친권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
"외국 같은 데서는 아동 방임의 일종이다 아이한테 반드시 주어져야 할 심리적, 의료적 처치를 부모가 제공하지 않은 거 아닙니까."
정서행동 위기 학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
진단만 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부모의 책무를 명시하고, 학교에도 명확한 관리 권한을 주는 등, 후속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EBS 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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