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추가제재, 中업체들에 된서리…"완전 국산화 어려워"(종합)

윤고은 2023. 10. 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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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착 못한 '스타트업' 상당수…"아직 경쟁력 부족" "화웨이에 기대야" 분석도
홍콩매체 "美발표 직전 中서 엔비디아 반도체 조달 쟁탈전도 벌어져"
중국 반도체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정성조 윤고은 특파원 =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칩으로까지 확대하면서 AI 등 첨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던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 통제 조치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국산화 대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지만, 완전한 국산 대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업체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매우 멀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잠정 수출 통제 규정을 보완한 이번 조치는 ▲ AI칩 규제 강화 ▲ 제재 우회 차단 ▲ 중국 기업 13곳 제재 대상 추가 등으로 구성됐다.

[그래픽]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김민지 기자 =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미국이 새롭게 제재 대상에 추가한 중국 업체에는 '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무어 쓰레드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와 그 자회사 등 첨단 컴퓨팅 칩을 개발해온 곳들이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이들 업체가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새롭게 오른 중국 업체 가운데는 경험과 자본력을 앞세워 '첨단 기술 국산화'를 외치던 스타트업이 많았다.

비렌 테크놀로지는 2019년 AI기업 센스타임의 장원 총재가 설립한 중국 GPU 업계 '스타 기업'이다. 첫 제품 출시 전에 47억위안(약 8천7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주목받기도 했다.

무어 쓰레드는 엔비디아 중국 사업 총괄매니저 출신 장젠중이 2020년 설립한 후 GPU칩과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떠오른 기업이다.

이밖에 작년 1월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기술자들과 중국 자본이 합쳐져 창립된 슈퍼퓨전반도체와 2021년부터 렌더링과 클라우드 게임,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분야 연구·개발을 해온 레이스엔진도 제재 대상이 됐다.

하이곤 테크놀로지(2019년)나 징자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2021년), 캠브리안(2022년) 등 미국 제재를 받아 AMD 등 기업과의 거래나 해외 출시를 못 하게 된 중국 AI칩 기업은 앞서도 여럿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인 미국의 17일 조치는 비렌이나 무어처럼 신제품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아직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아 본격적인 판매는 못하고 있는 범용 GPU 스타트업에까지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차이신은 짚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렌과 무어는 엔비디아와 AMD에 대항하는 중국의 최대 희망으로, 챗GPT 같은 서비스 개발에 뛰어든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의 급증하는 GPU 수요 충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로 여겨졌다"며 "미국의 이번 제재로 두 회사는 수요 급감과 기술 발전 둔화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기업들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의 생산을 위해서는 여전히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로 이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대만 TSMC가 미국의 제재에 따라 화웨이에 이어 비렌으로부터의 수주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신머우의 왕샤오룽 연구 책임자는 "선진 공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첨단 GPU칩 생산은 굉장히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고, 상업적으로 봐도 이런 칩은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성링하이 반도체 연구 담당 부사장은 "비렌과 무어는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된 회사"라며 "(미국 제재의) 포위망을 뚫고 싶다면 화웨이에 주로 기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맞춤용으로 출시한 저사양 AI칩인 A800과 H800의 수출도 통제된 가운데, 중국에서는 미 상무부의 공식 발표 몇시간 전 A800과 H800 조달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추가 제재가 일부 언론을 통해 예고되면서 중국 GPU 판매상들이 고객들에게 아직 구매할 수 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A800과 H800에 대한 주문을 넣으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엔비디아 공급업자는 과연 A800과 H800을 대체할 제품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그는 SCMP에 "대체품이 없다면 우리는 중국 고객들에게 팔 제품이 없다"고 밝혔다.

SCMP는 "미국의 추가 제재는 중국의 AI 야심에 대한 또 하나의 타격으로, AI 알고리즘 훈련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금지함으로써 중국의 열광적인 AI 추진력을 약화시킨다"고 짚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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