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낙제점”vs “‘폭망’ 기우제 지내나”···기재위 국감 여·야 충돌

이호준·반기웅·이창준 기자 2023. 10. 1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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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정부·여당과 야당이 현 정부의 경제 성적표와 정책 등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야당은 높은 물가와 낮은 성장률을 지적하며 현 정부의 경제는 낙제점도 아깝다는 식의 비판들이 쏟아졌고, 정부와 여당은 어려운 대외 여건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도 여야는 ‘나눠먹기 정리’와 ‘성장동력 훼손’을 사이에 두고 팽팽히 맞섰다.

19일 정부 세종 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야당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에 날을 세웠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여러가지 경제 지표에서 서민들의 경제상황을 반영시켜보면 참담한 성적표”라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보면 낙제점이 아니라 점수 자체가 없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1.4% 수준의 경제성장 전망과 3% 후반대의 물가상승률을 언급했다.

같은 당 강준현 의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통계 관측 70년 중 여섯번째 낙제점을 받았다”며 “지방정부에 이어서 민생까지 어렵게 만다는 민생파탄 정부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경제상황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물가상승률보다 성장률이 낮다고 하지만 지금 선진국 대부분의 국가들이 9%, 10% 물가가 상승하고 성장은 대개 1% 안팎”이라며 “지금 환경이 계절로 보면 겨울인데 자꾸 여름의 환경을 가지고 열매가 열렸냐 이런 식의 비교는 맞지 않고, 상호 비교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 도중 “민주당은 우리 경제가 ‘폭망’하도록 기우제를 지내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야당 간사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혹시 정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은지, 혹시 개선할 사항이 있지 않은지 질의하는 부분”이라며 “기우제 표현은 굉장히 유감”이라고 응수했다.

R&D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도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계가 R&D 투자를 늘리면서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망신스러운 수준”이라며 “국가부도 위기에서도 줄이지 않았던 R&D 예산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간 2017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R&D 예산이) 무려 10조원, 53%가 늘었다”며 “상당한 예산이 엉뚱한데 사용되면서 샜다”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도 “우리 과학기술 예산이 10조에서 20조 오는 데 11년이 걸렸는데, 20조에서 30조 오는 데는 3년 걸렸다”며 “중요하다는 이유로 R&D는 구조조정 대상에서 늘 예외가 돼야 하느냐”고 말했다.

59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 오차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추 부총리는 세수 오차를 지적하는 위원들의 질의에 “국민들께 송구스럽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오차 난 것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어 “사후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수추계 전망은 더 정확하게 해야 한다”며 “저희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개선방안을 추가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개발 예산 삭감이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에 전가하려는 ‘보복 예산’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으로 보복하는 정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공직자로서 균형 발전을 고민한다면 새만금 사업 예산을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말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새만금 예산 삭감은 대통령의 재검토 요구라는 이유로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 추정된다”며 “윤석열 정권이 예산 권력을 휘둘러 정치 보복과 지역 차별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예산 편성을 한 것이라면서도 관련 내년도 예산을 일부 늘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추 부총리는 “(새만금 개발 예산 삭감은) 사업 변경이 잦았기 때문에 차제에 제대로 된 그림을 만들자는 차원”이라며 “필수 소요 예산은 반영을 했는데 혹시 추가로 시급히 필요한소요가 있는지는 살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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