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죽을 때 그저 앉아 있었다” 아이들 전쟁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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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각) 새벽 6시30분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 사는 16살 니르는 공습경보 소리에 잠에서 깼다.
현재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 도시인 페타 티카에서 친척들과 함께 지내는 니르는 17일 이스라엘 매체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어디선가 펑하는 소리가 들렸고, 로켓이 건물을 강타했다"며 "너무 무서웠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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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아이들 생명 위해 휴전 동의해야”
지난 7일(현지시각) 새벽 6시30분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 사는 16살 니르는 공습경보 소리에 잠에서 깼다. 탄내를 맡은 그는 공포에 휩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끊겼다. 티브이(TV), 인터넷, 엘리베이터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그의 가족은 반려견과 함께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현재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 도시인 페타 티카에서 친척들과 함께 지내는 니르는 17일 이스라엘 매체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어디선가 펑하는 소리가 들렸고, 로켓이 건물을 강타했다”며 “너무 무서웠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뒤 니르는 경보나 로켓 소리를 들을 때마다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는 “토요일(14일)에 공황 발작을 겪었다”며 “갑자기 작은 소리만 들려도 긴장된다”고 호소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니르와 같은 많은 청소년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약 4㎞ 떨어진 지역에 사는 네보는 7일 글로벌 채팅앱 왓츠앱(WhatsApp)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하마스의 기습 공격 소식을 듣고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그의 가족은 무사했지만 같은 마을에서 살던 친구들과 어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그들은 시민들과 친구들을 죽였고 나를 죽이러 왔다”며 “최악의 악몽 속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 테러리스트들이 자신의 마을에 침입해 자신이 영웅이 되는 악몽을 꿨던 그는 “영웅이 될 수 없었다”며 “나는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고 괴로워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즐겨 하는 네보는 그의 에스엔에스에 끔찍한 전쟁 피해 사진과 사상자에 대한 비극적인 보도가 쏟아지면서 침울해졌다. 비극적인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공포와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역 사회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네보는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는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이웃 아이들과 놀며 시간을 보낸다.
텔아비브의 10대 청소년인 바르 만델과 제시카 나삭도 자원봉사를 찾아 나섰다. 두사람을 비롯한 많은 텔아비브 청소년들과 성인들은 온종일 집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시장 슈크 차폰에서 이웃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이 현재까지 제공한 음식은 하루 평균 3000명분에 이른다. 이들은 당분간 평일에 계속 식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청소년들이 걸어 다니는 악몽 같은 상황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나삭은 남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있다는 사실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나는 먹고 잘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만델은 “자원봉사를 하면 무력감을 느끼지 않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집에 앉아 있으면 나쁜 일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끔찍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쟁이 계속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아동과 청소년 모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17일 성명을 내어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며 “전쟁이 끝나지 않고, 휴전이 없다면 수십만명의 아이들의 생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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