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시점에 美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 완화…유가 떨어질까

윤세미 기자 2023. 10. 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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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 부분에 대한 수출 제재 완화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당이 내년에 대선을 치르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FPBBNews=뉴스1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산 석유와 가스, 금 거래를 승인하는 6개월짜리 라이선스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일부 국채와 국영 석유회사 PDVSA 회사채 및 주식의 유통시장(2차 시장) 거래도 허가했다. 다만 발행시장(1차 시장)에 대한 금지는 유지했다.

이번 결정은 베네수엘라가 내년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한 데 따른 대응이다. 재무부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상황 전개에 대응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은 내년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전격 합의했다. 선거는 하반기로 예상되며 유럽연합(EU)과 유엔 등 국제 참관단이 투표를 감독하게 된다.

이번 결정에 미국, EU, 영국, 캐나다는 17일 공동 성명을 통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8년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지만 부정선거를 이유로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2019년부터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제재를 가했다. 그 영향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해외 수출이 제한됐다.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가 대선을 치른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승인을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번에 완화된 제재 외 다른 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제재 완화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분쟁으로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시장에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폴리티코는 이번 조치가 고공행진 하는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이 신속히 늘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의 제재 해제는 중기적으로 하루 20만배럴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세계 시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양"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가 하루 30만배럴을 추가로 공급해도 시장의 공급 우려를 달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수십년 간 인프라 투자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루 생산량이 75만~80만배럴까지 떨어진 상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하루 300만배럴에 달했지만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베네수엘라가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해선 외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업들은 위험을 꺼리고 있다. S&P글로벌커머디티인사이트의 카를로스 파스쿠알 부회장은 "어떤 기업도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안정됐다는 확신 없이 현지 석유 산업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분석회사 EBW의 엘리 루빈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볼 때 제재 완화에 따른 유가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으로 시장에 멋진 헤드라인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18일까지 8% 넘게 올랐다. 간밤엔 이란이 이슬람 국가들에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를 촉구한 게 상승 재료가 됐다. 1973년 석유 파동 당시 중동 국가들의 석유 금수 조치를 떠올리게 하면서다.

다만 이날 아시아 시장에선 이란의 요구에 호응하는 나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한국시간 오후 1시24분 현재 전일 대비 0.46%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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