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카카오, 경영진 잇단 리스크…사법리스크도 현실화하나?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18일) 밤 영장실질심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투자전략실장 강씨, 투자전략부문장 이씨에 대해선 "현단계에서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뉴시스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경 SM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식의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특사경은 피의자들이 주식에 대한 주식대량보유보고('5%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외에도 특수관계자 등이 개입해 사실상 5%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배 대표 구속 이후 "혐의 사실 관련해서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변호인은 "이 사건은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당장 SM과의 협업 시너지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올 상반기 협업 토대를 만든 카카오와 SM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양사 북미 통합법인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등 실질적 시너지를 낼 참이었다.
SM 인수가 득보다는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카카오가 SM 주식 공개매수에 투입한 비용은 1조2500억원이다. 이는 카카오가 과거 이수만 SM 전 총괄 지분 인수를 추진할 당시 거론됐던 적정가격대(4000억원~6000억원)보다 두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SM 인수가 외형 성장에는 도움이 됐지만 수익성 극복이 난제가 됐다. 지난 2분기 카카오는 SM 연결 편입 효과로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SM 인수 비용 등 비용 증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나 줄었다. 올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13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SM 인수로 인수가격배분(PPA) 상각비가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공동체의 투자 총괄책임자가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신사업 투자도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적 부진과 겹쳐 경영진들의 잇단 도덕적 해이 논란, 거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현실화되는 등 겹악재에 시달리게 됐다.
앞서 지난달 카카오의 전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사적으로 결제했다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에 카카오 노동조합은 해당 재무그룹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달 말에는 남궁훈 카카오 전 각자 대표가 카카오를 떠난다는 소식을 스스로 알리면서 주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남궁 전 대표는 올 상반기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남궁 전 대표는 CEO 내정 당시 내걸은 카카오 주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사실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주주들과 약속한 바 있다. 처분한 스톡옵션이 카카오가 아닌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역임했던 시절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계열사 구조조정 여파로 사내 갈등도 꺼지지 않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들의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다. 카카오 노조는 집회를 두 차례 열고 경영진에게 고용불안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 게임 응원 클릭 서비스 조작 논란을 전후로 이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포털 책임론 공세와 맞물려 카카오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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