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시민단체 “인스타그램, 팔레스타인 지지 게시물 탄압”… 편향성 논란

윤솔 2023. 10. 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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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의 대립이 온라인 정보전으로까지 번지면서 이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들의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언론인과 시민단체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가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탄압하고 있다며 공정성 논란을 제기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문제를 추적해 온 아랍계 비영리단체(NGO) ‘함레(7amleh)’는 최근 팔레스타인 지지 게시물을 올린 적 있는 사용자로부터 수백 건의 ‘섀도밴(shadowban·잠재적 차단)’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AP연합뉴스
섀도밴은 SNS에서 사용자 스스로가 자신의 콘텐츠가 차단됐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알고리즘 노출을 줄이거나 게시물 우선순위를 강등시키는 방식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뜻한다. 공식 용어는 아니나 대부분의 SNS는 플랫폼 관리 차원에서 게시물 또는 계정의 우선순위를 낮출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여부를 본인이 알 수 없는 만큼 SNS 사용자들은 조회수 변화 등의 현상으로 섀도밴 의심 정황을 신고할 수밖에 없다. 가디언은 미국에서도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이스라엘 공습 상황에 대한 내용을 게시했다 친구들로부터 본인의 게시물이 더 이상 피드에 보이지 않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나딤 나시프 함레 설립자는 “섀도밴은 팔레스타인 콘텐츠가 검열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지난 한 주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진행 중인 위기에 대해 게시한 콘텐츠의 도달 범위가 제한되고 오류가 발생했다고 신고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쿠웨이트계 미국인 언론인 아메드 시합엘딘은 1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는 자신의 계정이 최근 팔레스타인에 관한 글을 올린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영구 차단됐다고 밝혔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아즈마트 칸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자신이 지난 14일 가자지구에 대한 스토리를 올린 뒤 “섀도밴 당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지적하는 데 쓰인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시오니스티그램(Zionistigram·팔레스타인 내 유대민족국가 건설 운동을 의미하는 시오니즘과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은 지난 14∼15일에 걸쳐 잠시 비활성화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차단 의혹에 이어 이번 주 메타에서는 이용자들의 프로필 소개 문구에 ‘팔레스타인인’ 뒤에 ‘알라에게 찬양을’이라는 구절을 적었을 경우 이를 ‘팔레스타인인 테러리스트’로 번역하는 오류가 발견돼 무슬림 커뮤니티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익명의 페이스북 직원은 가디언에 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메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특정 집단이나 관점을 억압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다”면서도 이·하마스 갈등에 대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콘텐츠가 신고되고 있어 정책을 위반하지 않는 글이 실수로 삭제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앤디 스톤 메타 대변인은 지난 16일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한 종류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버그를 확인했고, (이로 인해) 스토리의 도달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 버그는 전 세계 계정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쳤으며 콘텐츠 주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메타에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가자지구 충돌이 격화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목격돼 메타 직원 200명이 회사에 오류를 시정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SNS 알고리즘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선 의도적으로 오타를 내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의 제재를 회피하고자 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이스라엘(Israel)을 ‘Isr@3l’, 팔레스타인(Palestine)은 ‘P@l3stin3’으로 적어 검색을 방지하는 식이다. 이 같은 문화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X(옛 트위터), 유튜브 등에서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미국 언론 자유 비영리단체 프리프레스의 노라 베나비데즈 수석 변호사는 “SNS 이용자는 조회수가 평소보다 훨씬 줄어든 것이 콘텐츠의 재미 때문인지, 플랫폼의 정책 때문인지 알 수 없다”며 이는 “기업이 외부 규제를 통해 (알고리즘 공정성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나비데즈는 “플랫폼이 특정 관점을 제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사람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표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며 “커뮤니티 전반에서 이런 우려와 편집증이 벌어지고 있어 분열과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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