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숫자’ 없었지만 尹 강한 의지…총선 앞 ‘승부수’ [용산실록]
의료 인력 확충·인재 양성 필요성 강조에 방점
의사 총파업 등 염두…내년 상반기 숫자 나올 듯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무너진 지역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등을 못 박지 않았다.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의사 단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의대 정원 확대 카드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오는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밝혔다”며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2035년에는 의사가 9654명, 2050년에는 2만2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하위 수준으로, 인구 1000명 당 임상의사 수는 OECD 평균이 3.7명, 독일은 4.5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2.6명에 불과하다. 실제 필수의료 인력 부족으로 ‘소아과 오픈런’이 발생하는가 하면, 환자가 병원을 옮겨 다니다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등도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고정된 상태다.
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인력 확충은 윤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지역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역 국립대병원·상급종합병원의 공공성 강화와 지역 내 필수의료와 의료취약지역 담당 의료인력을 확보 및 양성을 약속했다. 정부 출범 당시에도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 확충대책 마련과 필수과목 지원 확대 및 의료인력 역량 강화를 복지 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22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필수 의료인 소아의료 체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정부가 소아 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 방식과 증원 규모, 발표 시기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의료혁신의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현장 의료인, 전문가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초 오는 2025년도 의대 입학 정원부터 1000명, 임기 내 최대 30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속도 조절에 나선 셈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정원을 4000명대로 늘리겠다고 했다가 전국 의사들이 두 차례 총파업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증원 방안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의료계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의사들의 파업은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고위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 산정이나 배분 등은 저희가 여러 의대들로부터 증원 요청, 수요 조사 등 예비 신청을 곧 받게 될 것”이라며 “그것들이 취합되고 여태까지 계산됐던 여러 가지 전문가들 의견과 맞춰야 (구체적인 숫자가) 얘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5년부터 (증원을) 한다고 역산을 해보면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규모를 확정) 해야 2025년 입학 정원에 반영된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총선용 카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 의대 신설은 지역의 숙원 사업으로 지역 표심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남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은 전날 서울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각각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고 전남 국립 의대 신설을 주장하며 삭발을 했다. 충북도는 충북대 의대 정원 150명 이상 확대 등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대해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의료시스템을 재구조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 초기부터 굉장히 많이 가다듬었다”고 설명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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