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추가 인상 필요" 목소리 커져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다만 금통위원 사이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컸다.
기준 금리 인상 필요성과 경기 불확실성 사이에서 한은의 정책 실효성이 갈수록 떨어져가는 모습이다.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해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이번 동결의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점을 들었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흡수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동시에 국제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국제 경제 정세상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과 유지 및 관망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금통위는 아울러 "글로벌 경기는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보이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다.
국내 요인으로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지는 가운데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역시 국내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진정이 기대보다 더 느려져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큰 가운데도 경기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문제 요인 사이에서 일단 선택의 기로를 이어간다는 모습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부진 완화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면서 금년 성장률도 지난 8월 전망치(1.4%)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추가 인상을 대비한 동결이라는 게 한은의 평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 중 5인은 '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졌고 상승률 목표수준 수렴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할 필요성이 커져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특히 그 중 한 분은 '가계부채 문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도 했다"고 말했다.
대신 나머지 1인은 "정책여건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향후 3개월 내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이 총재는 부연했다.
사실상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하지만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면서 일단 관망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한은의 정책 실효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물가 잡기라는 한은 최고 목표 달성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올해 내내 유지됐다. 지난 6월과 7월 2%대로 내려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이후 다시 3%대로 올라갔다. 한국 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는 해소는커녕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한은은 올해 내내 기준금리 동결로 답하면서 사실상 인상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대열을 다시 이어가겠다고 미국 연방준비은행(Fed, 연준)이 사실상 공언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 문제는 더 심각해질 공산이 커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0%인 만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2.00%에 이른다. 사상 최대 폭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이제 경제 상수가 되면서 당장의 위기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모습이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외화 유출,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요인 저변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사실상 자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유효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도 장기간 이어진 한국 경제 부진 문제를 두고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로 정부와 사실상 짐을 나눠 지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둔 '매파적 동결' 결정이라는 게 금통위의 주장인 셈이다. 다만 이 기간이 너무 길었다는 지적은 이제 한은으로서도 피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보인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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