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에이스였는데 직위해제라니…통계조작 의혹의 결말은? [박일한의 住土피아]

2023. 10. 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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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업무로 직위해제된 1급공무원 2명
그저 ‘열심히 일한 죄’를 처벌해야 하나 논란
표준화 어려운 집값 통계...혐의입증 관심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을 받은 국토교통부 1급 공무원 2명이 ‘직위해제’됐습니다. 집값 통계 때문에 국토부 고위 공무원이 직위해제된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네요. 검찰로부터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랍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단계인 ‘기소’ 이후, 직위해제를 하는 게 타당하지만 정부 중앙부처는 대부분 검찰이 수사 개시 통보를 하면 관례적으로 직위해제를 한다고 하네요.

직위해제 된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토지실장, 주택정책관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현재도 국토부 다른 주요 부서에서 부서를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위해제 기간에는 인사를 할 수 없어 해당부서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고 하네요. 수사가 길어지면 부서 업무에도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들은 모두 일 잘하는 공무원으로 손에 꼽히던 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중 한명은 2021년 국토부 직원 2500명이 뽑은 ‘모범리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와 투명한 공직 분위기를 만드는 게 기여했다고 평가 받았죠.

국토부 직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안타깝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정도의 반응만 있을 뿐입니다.

이해할 만합니다. 만약 실제로 통계조작이 있었다면 이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했을까요? 여러 정권을 거치며 20년 이상 공무원으로 일해 온 이들이 과연 스스로 의지로 무리한 짓을 했을까요?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물론 고위직 공무원이니만큼 ‘그저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이 면죄부가 되진 않을 겁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거죠.

세종시 국토교통부[헤경DB]

▶입증 어려운 부동산 통계조작= 문제는 통계조작이라는 게 입증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감사원 발표처럼 집값 통계를 발표하기 전 청와대에 중간보고를 하게 했다는 것만으로 통계조작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 모임인 ‘사의재’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받아본 것, 관계기관에 급격한 통계 수치 변동의 설명을 요청한 것 등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집값 변동이 큰 시기였던 만큼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서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고체제를 갖추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업무지시를 한 것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사실 앞선 다른 정부에서도 집값 변동이 큰 시기라면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추가 자료를 요청했을 겁니다. 과연 어느 선까지가 합법이고, 어느 선까지가 불법일까요? 통계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관계자들은 모두 직무범위에서 적법한 일처리였다고 주장합니다.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 통계 자체가 조작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측면도 있습니다. 표본을 선정하고, 통계값을 내는 방식에서부터 어느 정도 ‘마사지’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집값 통계는 표준화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단지 내 같은 크기 아파트도 층, 향, 수리여부 등에 따라 수억원씩 차이가 납니다. 집주인 사정에 따라 급매물로 나와 시세보다 대폭 싸게 팔리기도 하고, 매물이 부족한 시기엔 성급한 매수자가 나타나 과도하게 비싸게 매매가 성사되기도 합니다. 옆집 같은 크기가 5억원에 계약됐다고 우리 집도 같은 가격에 팔릴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판단, 시장 동향에 따라 일주일, 한달 만에 수억원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단지에서도 이런데, 172만채나 되는 서울 아파트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어떨까요? 서울에서도 빌라, 단독주택을 모두 포함하면 또 어떨까요? 서울뿐 아니라 전국 2000만채 이상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하면 집값 동향을 과연 객관적으로 뽑을 수 있을까요?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등 주택 시세 조사 작성기관은 표본을 뽑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전국민 목소리를 듣기 어렵기 때문에 표본을 뽑는 것과 똑같습니다.

표본은 다릅니다. 부동산원은 전국 4만7300채를 정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중 아파트가 3만6000채고, 연립주택은 6350채, 단독주택은 4820채입니다. 실거래 사례가 더 많이 반영된다고 합니다. KB국민은행 표본은 아파트만 6만2000여채나 돼요. 부동산원보다 1만5000채가량 많죠. 단독(3000채)과 연립주택(2500채)은 부동산원보다 작고요. 중개업소에 나온 집주인 호가가 더 많이 반영돼 변동률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통계 집계 방식도 조사기관마다 다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국제 권고 방식인 ‘제본스지수’를 활용합니다. 기준 시점 전후 개별 주택값의 ‘기하평균’(곱셈의 평균) 변화율을 따집니다. 복잡한 논리인데 결과적으로 성장률, 투자수익률 등을 따질 때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와달리 KB국민은행은 비교 전후시점 개별 주택 가격 변화를 ‘산술평균’으로 계산합니다.(칼리지수). 모두 더해 개체수로 나눈 평균의 변화율입니다.

말하자면, 서로 다른 표본을 사용해 별도의 통계 집계 방식으로 집값 통계를 작성하니 그 결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아파트 급매물 등의 호가가 붙어 있다. 이상섭 기자

▶역대 가장 많이 차이난 문재인 정부 통계 차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선 통계기관별 차이가 특별히 더 컸다는 사실입니다. 문 정부 5년간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은 25.79% 올랐지만, KB국민은행 시세로는 62.19%나 폭등했습니다. 두 통계의 차이가 36.40%포인트나 난다는 건 한쪽이 완전히 틀렸다는 겁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렇게 두 통계의 차이가 났던 적은 없었죠.

이명박 대통령 임기기간인 2008년2월부터 2013년2월까지 부동산원(-2.48%)과 KB국민은행(-3.16%)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68%포인트로 비슷했습니다.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 임기 기간엔 두 기관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각각 13.17%, 10.45%로, 격차가 2.72%포인트 정도였고요. 이 때도 이명박 정부 때보다 통계 격차가 다소 커졌지만,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집값이 폭등했던 노무현 정부때도 마찬가지에요. 부동산원 조사가 2003년11월부터 시작하므로, 2003년11월부터 2008년2월까지 따져보니 부동산원 기준으로 42.99% 올랐는데, KB국민은행 통계론 45% 올랐더군요. 차이가 2.01%포인트밖에 안납니다. 비슷하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그러니 통계조작 논란이 커지는 겁니다. 도대체 어쩌다 문재인 정부에선 두 기관의 통계치가 이렇게나 크게 벌어진 걸까요? 정말 수사기관에서 조사해야할 수준으로 범법행위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집값 급등기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표본설계나 조사방법을 달리한 데 따른 오류일까요? 여당이 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과도하게 정치화하는 건 아닐까요? 의문점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어쨌든 통계 실무를 책임지던 공무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어떤 수사보다 공정하고 투명했으면 합니다. 진짜 통계조작이 심각했던 건지, 조작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행위가 부동산 통계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등이 명확히 해명되길 바랍니다. 어쨌든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선 안되겠습니다.

참고로, 통계 논란이 될 때마다 표본을 정하는 시세 말고, ‘실거래가’만으로 시세를 작성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실거래가 통계도 한계가 많습니다.

요즘처럼 주택 거래가 많지 않은 시기 한 단지에서 전용면적 84㎡가 시세보다 20% 싼 급매물로 거래됐다면 그 지역 같은 크기가 모두 20% 떨어졌다고 봐야할까요? 반대로 요즘 특정 강남지역에서처럼 한 곳이 20% 올랐다면 주변이 모두 20% 오른 걸까요? 해당가격이 진짜 집값으로 인정되려면 ‘적당한’ 거래량이 따라오고, ‘일정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이를 평가할 때 또다시 적당한 가공(혹은 마사지)이 필요합니다. ‘적당한’ 거래량은 어느 정도인지, 형성되는 가격대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통계라는 건 시세, 호가, 실거래가 등 모든 걸 판단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어떤 게 일방적으로 ‘옳다’, 혹은 ‘틀리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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