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과 육성 모두 실패…롯데 잃어버린 4년, 반성 없는 감독 선임은 의미없다
[OSEN=조형래 기자] “성적과 육성 모두 미흡하다는 판단이 있어서…”
롯데는 다시 한 번 새 감독을 선정해야 하는 비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시작했던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도 롯데는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다. 2020년부터 7위, 8위, 8위, 7위에 머물렀다. 2018년부터 계산하면 6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다.
이 6년의 시간 동안 감독을 맡은 인물만 6명이다(조원우 양상문 공필성(대행) 허문회 래리 서튼 이종운(대행)). 선임과 사퇴(혹은 경질), 그리고 감독대행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성민규 단장 체제 4년 동안에도 3명이나 감독을 맡았다. 롯데는 그들 나름의 방향성을 추구하면서 팀을 꾸려가고 있다고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또 다시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 구단도 김태형 전 감독이 유력 후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강훈 대표이사는 “김태형 감독이 후보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아직 만나지 않았고 통화한 적도 없다”라면서 항간의 김태형 감독 부임 확정에 대한 루머는 일축했다.
하지만 재야의 가장 강한 감독 후보인 김태형 전 감독을 후보로 삼은 것은 롯데는 그동안의 방향성이 잘못됐고 지난 4년의 실패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이강훈 대표이사는 새 사령탑 선임 기준에 대해 “지난 4년 동안 성적과 육성 모두 좀 미흡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라면서 “선수단에 동기부여도할 수 있고 선수단의 역량도 잘 끄집어내실 수 있는 분들을 모셔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이사는 ‘4년’이라고 기간을 잘라 말했다. 6년 동안 이어져 온 가을야구 실패의 역사지만 현재 롯데의 체제는 성민규 단장 선임 이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4년을 실패라고 인정했다. 결국 롯데가 추구한 방향성은 잘못됐다는 것을 언급했다.
육성을 중시했고 ‘리모델링’이라는 말로 롯데의 향후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2022~2023년 즈음에는 대권 도전이 가능한 팀을 만들겠다는 나름의 청사진도 그렸다. 그러나 육성은 육성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성적은 성적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지난 4년이었다.
신인 지명의 과정과 절차는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롯데는 지난 4년 동안 유례없이 운동신경이 뛰어난 유망주들을 대거 수집했다. 하지만 육성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되짚어봐야 한다. 롯데는 2020년부터 오롯이 유망주들에게 플레잉 타임을 전폭적으로 부여하기 위해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20대 후반의 나이대에 속한 1.5군 선수들을 방출 혹은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퓨처스 선수단은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한 팀으로 변모했다. 이 과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현재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롯데가 내보낸 선수들이 결국 ‘뎁스용 선수’들이 될 수 있었지만 이 자리를 경험이 일천한 어린 선수들로 채워야 했고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또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콜업되면 퓨처스리그에서는 선수 부족으로 해당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의 선수가 ‘알바’를 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부상자 등의 변수를 간과한 이러한 선택은 1~2군 모두 악영향을 끼쳤다.
신본기 오윤석 김준태 이호연(이상 KT)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KT 선수라는 것이 아이러니한 대목. 결과적으로 KT는 이 선수들을 데리고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특히 올해는 이호연 트레이드로 꼴찌에 머물다가 숨통이 트였고 이후 2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반면 롯데는 이 자리를 다시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올해 롯데 지주의 190억 유상증자 지원을 등에 업고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라는 FA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방출 선수들까지 더했다. 결국 스스로 비운 뎁스를 다시 채우는 작업을 펼쳤다. 박승욱 김상수 안권수 신정락 이정훈 등 최근 2년 동안 영입한 방출생들이 제 몫을 다했고 선수단의 한 축이 됐다. 그러나 이 방향성이 옳았는지는 성적으로 증명 해야 하는데 증명하지 못했다.
FA 투자와 방출생 영입은 ‘윈나우’를 외친 것이었다. 하지만 앞선 3년 간 잘못됐던 방향성으로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하지 못하면서 ‘윈나우’는 허공에 외친 메아리였다. 신인 김민석 2년차 윤동희가 올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미래의 등불을 밝힌 것은 긍정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김민석과 윤동희의 성장으로 자화자찬 할 것이 아니라 신인급 선수들이 ‘윈나우’ 시즌에 주전이 됐던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롯데는 다음 주 중으로 신임 감독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김태형 전 감독의 선임 가능성이 높고 모두가 바라고 있다. 김태형 전 감독은 성적은 성적, 또 육성은 육성대로 선수들을 키워내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자다. 그러나 이전에 그들의 방향성이 옳았는지에 대한 반성과 피드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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