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디밝은 가로등 빛에서 천문대 지킬 방법은 ‘이것’

이정호 기자 2023. 10. 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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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LED에 빠르게 깜빡이는 기능 추가
점멸 주기와 천문대 카메라 셔터 작동 연동
깜깜한 밤하늘 촬영하는 효과 낼 수 있어
독일 기업 ‘스텔스 트랜지트’가 개발한 특수 장치를 카메라 렌즈에 장착한 러시아 소재 천체망원경이 작동을 준비하고 있다. 스텔스 트랜지트 제공

도시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어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도록 하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도시의 야외 조명 때문에 천체 관측을 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인 ‘빛 공해(광해)’를 뚫고 별을 효과적으로 포착할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은 18일(현지시간) 독일 기업 스텔스 트랜지트가 빛 공해 속에서도 천문대가 밤하늘을 정상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전했다.

천문학계에서는 지상 천문대의 임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을 도시 불빛이라고 본다. 그중에서도 주요 요인은 가로등이다. 예민한 천문대는 최대 200㎞ 밖에 있는 도시 가로등의 영향까지도 받아 제대로 된 관측을 하지 못한다. 사람 안구에 밝은 빛을 뿜는 손전등을 비추면 눈이 부셔 주변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현상이 천문대에서 벌어진다.

이와 관련해 올해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2011~2022년 세계 밤하늘이 평균적으로 매년 9.6% 밝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주원인은 도시의 가로등과 같은 인공조명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가로등 광원으로 발광다이오드(LED)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LED는 기존 가로등에 많이 장착되던 나트륨등보다 밝기가 수배에 이른다. 도시 관리에는 큰 장점이지만, 밤하늘 관측에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스텔스 트랜지트는 가로등의 LED를 인간의 눈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반복적으로 껐다 켜는 특수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가 가로등에 장착된 LED를 껐다 켜는 주기와 주변 천문대의 카메라가 자동으로 셔터를 누르는 주기를 통신 장치로 연동했다.

이를 통해 천문대는 가로등이 순간적으로 꺼진 때에만 카메라 셔터를 여러 차례 작동시킨다. 이러면 깜깜한 밤하늘을 촬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 반면 가로등 밑을 지나는 사람이나 차량은 가로등이 쭉 켜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스텔스 트랜지트는 이 기술에 ‘다크 스카이 프로텍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텔스 트랜지트는 다크 스카이 프로텍터를 최근 러시아의 코카서스 산맥에 설치된 천문대에서 시험했는데, 밤하늘 촬영 중에 나오는 인공 빛을 94%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스텔스 트랜지트는 기존의 LED 조명 대부분이 특별한 개조를 거치지 않아도 불빛을 껐다 켜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보급에 대규모 비용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또 이번 기술을 이르면 5년 안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스텔스 트랜지트는 회사 공식자료를 통해 “다크 스카이 프로텍터의 통제에 따라 천문대 카메라의 셔터가 열리고 닫힐 것”이라며 “빛의 간섭에서 천체 관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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