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 제품 여기에 담으세요”… 물류센터 발·머리 된 로봇
“숙련도 상관 없이 생산성 2.5배 ↑”
연말까지 실증… 내년 2분기 정식 출시
“띠리링”
18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330㎡(약 100평) 규모의 테스트베드 물류센터. 작업자 앞으로 자율주행로봇(AMR) 한 대가 알림음을 내며 다가왔다. 초등학생 아이 키 높이에 선반이 달려 식당 서빙 로봇을 닮은 모습이었다.
로봇에 장착된 태블릿 화면에는 작업자가 담아야 하는 상품의 사진과 함께 상품이 어느 칸에 있는지를 알리는 알파벳·숫자 코드가 떴다. 상품을 찾은 뒤 바코드를 스캔하자 몇 개를 꺼내 몇 번째 선반에 담을지가 안내됐다.
스캔과 적재를 마친 뒤 ‘작업 완료’를 터치하면 작업자의 역할은 끝난다. 상품을 가득 실은 로봇은 최적의 동선을 찾아 거점으로 돌아간다. 로봇이 상품을 실어 나른 뒤엔 포장 작업자가 ‘몇 번째 칸 바구니를 합쳐 담으라’는 로봇의 안내를 받아 상품을 포장한다.
이 로봇은 3년 차 스타트업 ‘플로틱’이 개발한 물류로봇이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물류센터에 특화됐다. 수작업 시 필요한 카트, 개인 정보 단말기(PDA), 바코드 스캐너 등이 모두 합쳐진 형태다.
작업자가 주문 정보를 손에 들고 장을 보듯 직접 물류센터 내부를 돌아다니며 카트에 상품을 골라 담는 것이 기존의 집품(피킹·picking) 방식이었다면, 플로틱은 이 과정에서 ‘이동’과 ‘판단’을 자동화했다. 작업자는 자신의 담당 구역에 로봇이 다가와 안내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330㎡ 기준으로 작업자 1명, 로봇 3대면 충분하다.
로봇에는 2차원(2D) 라이다와 3D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별도의 지도나 위치 정보 없이 자율주행하는 SLAM(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 기술이 적용됐다. 1.1m 정도의 폭만 있으면 주행할 수 있고, 로봇 한 대에 최대 60㎏까지 실을 수 있다. 경쟁사 제품 중 가장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로봇 머리 부분에는 로봇의 상태를 알리는 불이 들어온다. 평소에는 흰색이고, 로봇이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배터리가 다 되거나 길을 잃으면 빨간 불이 들어온다. 로봇이 지나가고 있음을 작업자에게 알리기 위해 파란빛이 나는 랜턴도 아랫부분에 설치돼 있다.
플로틱 관계자는 “물류센터 작업은 상품 입고→주문 확인→피킹→검수→포장으로 이뤄지는데, 운영비 절반 이상이 투입되는 피킹 과정을 자동화했다”며 “이를 통해 작업 속도를 수작업 대비 2.5배가량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틱에 따르면 시간당 피킹 지점에 도착하는 횟수는 수작업의 경우 약 54회, 플로틱 물류로봇은 약 136회다.
플로틱은 이커머스 물류센터 특화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네이버(NAVER), 카카오, 현대차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로봇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로봇에 최적의 주문 명령을 내리는 소프트웨어 설루션까지 함께 개발했다. 플로틱의 설루션은 물류센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작업 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한다.
플로틱은 자신들만의 차별점으로 ‘쉬운 사용’을 내세운다. 고객사와의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연동은 일주일 안에 가능하고, 로봇의 주행 정보를 분석한 데이터가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된다. 물류센터에 로봇을 처음 도입했을 때 자율주행 지도를 생성하는 데엔 1000㎡ 기준 30분이 걸린다. 첫 생성 후 로봇이 주행을 거듭하면서 세부사항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센터 구조를 바꾸거나 별도의 설비도 필요하지 않다. 로봇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을 들여오듯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로봇을 데려오면 된다. 로봇 투입 대수도 유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찬 대표는 “플로틱은 물류센터가 가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설루션을 개발해 왔다. 물류센터에서 처음 일하는 사람도 물류로봇과 함께라면 어려움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플로틱의 물류로봇은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기업이 물류센터에 도입해 실증 중이다. 내년 2분기 정식 출시돼 상반기 중으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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