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골프·행사비까지...전국 1500개 병·의원에 수십억 ‘리베이트’ 중외제약 대표 검찰 고발

반기웅 기자 2023. 10.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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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국 1500여개 병·의원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리베이트를 벌여 온 JW중외제약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사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전국 병의원에 70억원 어치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중외제약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98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 신영섭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19일 밝혔다.

중외제약은 2014년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리바로, 가드렛, 위너프 등 자사 18개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전국 1400개 병·의원에 2만3000회에 걸쳐 6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뉴트로진, 리코몬 등 다른 44개 의약품에 대해서도 전국 100여개 병·의원에 500회에 걸쳐 5억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중외제약은 현금과 물품, 식사·향응을 비롯해 골프 접대, 병원 행사 경비와 해외 학술대회, 임상·관찰 연구비 지원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전폭적인 리베이트를 벌였다. 주요 리베이트 유형을 보면 현금 리베이트가 가장 빈번했다. 자사 의약품 처방을 약속한 병·의원에는 처방 금액의 일정액을 지급했는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리베이트 기간 22억원 상당의 현금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현금 지원을 제외하고 식사 및 향응을 접대하는데 쓴 금액만 6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중외제약은 제품 설명회를 명목으로 18억원을 들여 24차례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여기에는 동반자를 포함한 의료인의 숙박, 식사, 향응이 포함됐다. 2015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는 약사법 상 의무가 없는 시판후 조사를 벌였다. 이른바 관찰연구를 한다는 이유로 병·의원에 13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중외제약의 위장 회계처리 사례. 공정위 제공

중외제약의 리베이트는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졌다. 병·의원의 기존 처방량을 토대로 리베이트 프로그램인 일명 ‘보물지도’를 만들어 이를 통해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의사들이 선호하는 판촉 수단을 선별해 지원했다. 예컨대 판촉 계획에는 ‘100:100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자사 의약품을 100만원어치 처방하면 100만원을 주는 리베이트 방식이다.

불법 리베이트를 숨기기 위해 현금·식사·향응 제공을 한 내역은 내부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해 회계 처리했다. 월 처방액의 일정액을 현금을 주고나서 부서회의 다과비, 직원 업무 능률향상차 식대 등 실제 지원 내역과 전혀 다른 전표를 발행했다.

또 불법 리베이트를 정상적인 판촉 활동으로 위장하기 위해 내부 자료에 관련 용어를 삭제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위법행위를 은닉했다. 처방증량은 인지도 증진과 홍보 활동으로 바꿨고, 할증·할인·공격처·방어처 등 표현은 아예 지웠다.

이 같은 전방위적인 불법 리베이트로 실제 중외제약의 의약품 처방량은 큰 폭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중외제약의 리베이트 제공 행위는 불공정한 경쟁 수단을 사용,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반하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합리적인 선택을 왜곡한 불공정거래행위”라며 “본사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리베이트 행위로 제약 리베이트 사건 중 역대 최고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중외제약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과징금 등 조치는 타사 사례들과 비교해 형평을 잃은 것일 뿐만 아니라 관련 매출액의 산정 등 법리적으로도 다툼의 소지가 충분하다”며 “향후 의결서를 송달받는 대로 세부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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