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금리 폭탄’ 에 떠는 1079조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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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긴축에도 미국 경기가 하강하지 않는 노랜딩(no-landing·무착륙)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경제에 '고금리 고착화'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를 식혀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긴축 고삐를 예상보다 더 오래 죌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침체와 막대한 민간 부채로 고전 중인 한국 경제에도 갈수록 충격파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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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한달새 5조 증가 최대
기업부채도 11조 늘어 최고치
취약차주 대출 연체율 급상승
전문가 “부동산 거품 붕괴 등
금융부실 막을 대책마련 시급”
강한 긴축에도 미국 경기가 하강하지 않는 노랜딩(no-landing·무착륙)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경제에 ‘고금리 고착화’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를 식혀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긴축 고삐를 예상보다 더 오래 죌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침체와 막대한 민간 부채로 고전 중인 한국 경제에도 갈수록 충격파가 커질 전망이다.
◇“고금리 공포, 전쟁 악재 압도” = 18일(현지시간) 세계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007년 7월 이래 처음으로 연 4.9%를 돌파한 것을 두고 전쟁보다 긴축 공포가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10년물 국채 수요는 늘어났다. 덕분에 국채 가치는 오르고,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약 4%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요 억제를 위한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 소비가 강세를 나타내자 긴축이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여파로 채권 수요는 위축되고 값어치는 떨어진 대신 금리는 치솟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늘어나며 월스트리트저널 전문가 예상치인 0.3%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소매 판매는 6개월 연속 증가세로, 미국인들의 소비력이 1년 이상 이어진 고금리하에서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 충격 클 것” = 고금리 기조가 굳어져도 강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는 견딜 수 있겠지만, 한국 경제는 골병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산에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사고가 자주 난다”면서 “수출 부진과 경기 침체, 막대한 민간부채에 직면한 한국 경제는 고금리가 길어지면 민간신용 부실과 부동산 거품 붕괴 등으로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준금리 정책으론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결국은 서민 고통을 완화하고 금융 부실을 막기 위해 재정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물가와 금리는 높고, 경기는 좋지 않은 ‘고물가·고금리·저성장’ 공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빚 폭탄 우려” = ‘민간부채 폭탄’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3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9000억 원 증가한 1079조8000억 원으로 잔액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 기업대출 역시 지난달 11조3000억 원 늘면서 1238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0월(13조7000억 원 증가) 이후 11개월 만의 가장 큰 증가폭이자, 9월 기준으로는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기록이다.
연체율도 오르고 있어 상환 능력 떨어지는 취약 차주의 대출이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6%,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0.17%포인트씩 올랐다. 제2금융권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5.33%로 지난해 말 3.41% 대비 1.92%포인트 상승했다.
이관범·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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