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손목시계, 김여정 '디올' 가방…'사치품'은 어떻게 北에 들어갔을까
연간 수억~수십억 상당 규모 반입…소규모는 어선으로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일가가 직접 사용하거나 간부들에게 선물로 주는 사치품을 친북 성향 국가나 유럽에 파견된 공관원을 통해 구매한 뒤 어선 등의 수단을 이용해 은밀하게 북한으로 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집권 직후부터 최근까지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에서 고가의 옷과 시계, 펜, 가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스위스 고가브랜드 IWC의 손목시계(1000만원 상당)를 착용하고 독일의 고가 브랜드 몽블랑의 펜으로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총비서와 동행한 '백두혈통'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의 가방(960만원 상당)을 들고 있었다.
이밖에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는 크리스찬 디올의 재킷을, 김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는 스위스 고가 브랜드 '모바도'의 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는 등 김씨 일가의 명품 사랑은 북한으로의 사치품 반입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통일부는 은밀한 루트로 수입된 사치품이 이른바 '선물정치'의 일환으로 정치·군사행사 등 주요 계기 때마다 당·정·군 간부들에도 선물로 지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비서는 각별히 총애하거나 군사 분야에서 특별한 성과를 거둔 간부들에게 벤츠 등 고급 차량을 하사하고, 김 총비서 일가 생일이나 당 대회 등의 행사 때는 선물로 스위스 브랜드 '오메가'의 고급시계는 물론 최신 휴대용 전자제품을 지급하는 것으로 통일부는 분석했다.
김 총비서 일가의 해외 사치품 반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10월 대북제재결의 1718호를 통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을 금지했고, 이후 이어진 추가 결의를 통해 사치품의 품목이 더 늘어났다.
대북제재 이후 북한은 평양의 서기실 또는 최고위층의 감독 하에 더 은밀하게 사치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의 서기실 또는 최고위층이 카탈로그나 해외잡지를 통해 물품을 직접 선정한 뒤 김 총비서의 재가를 거쳐 해외에 구매를 지시하는 것으로 통일부는 분석했다.
실질적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역할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친북 성향의 국가나 유럽에 파견된 공관원·상사원들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유럽 공관원들이 명품 브랜드의 카탈로그 등을 평양에 보내고 평양에서 물품을 지정해 구입 지시가 내려오면 평양과 소통해 구체적인 구입 물품을 확정해 구입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해외에 파견돼 장기 체류하는 북한 국적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불법적인 물자 구매에 가담할 현지인, 무역상사 등 협조망을 구축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사치품의 수요가 발생하면 이들과 결탁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하거나 차명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한다. 서기실의 지휘 아래 통치자금 관리 및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당 39호실의 관여 하에 외화를 사용해 조달한다.
이렇게 각국에서 구매한 고가 사치품은 일괄적으로 북중 접경지에 집하해 해상, 육로 또는 항공편을 통해 운송한다고 한다. 이들은 경유지를 여러 단계 거치며 최종 도착지를 속여 사치품을 밀수하는데, 소규모 물품의 경우 어선을 이용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 기간엔 육로 이용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화물선을 이용해 불·편법으로 물자를 은밀히 선적한 뒤 반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엔 코로나19 봉쇄 완화로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의 육로가 개방되면서 화물열차, 차량 이용 비중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통일부는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원 상당의 김 총비서 일가 사치품이 수시로 북한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코로나19 봉쇄로 반입규모가 일시 위축됐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회복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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