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경기' 은퇴 선언 이근호 "육아가 나름 체질...지도자 준비도 천천히"[오!쎈 인터뷰]

고성환 2023. 10. 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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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근호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용산구, 고성환 기자] 이근호(38, 대구FC)가 20년 프로 생활에 마침표만 남겨뒀다. 그는 이제 곧 '아빠' 이근호로 변신해 지도자로 돌아올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 K리그1 파이널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가 18일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에서 열렸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과 김기희를 포함해 파이널A에 진출한 6개 구단(울산, 포항, 광주, 전북, 대구, 인천) 감독과 주장단 선수들이 참석했다. 120여 명의 팬들도 함께하며 행사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과 김승대, 광주는 이정효 감독과 안영규, 대구에선 최원권 감독과 이근호, 인천은 조성환 감독과 오반석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북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단 페트레스쿠 감독과 홍정호 대신 발레리우 보르데아누 수석 코치, 김진수가 자리했다.

미디어데이 본행사에 앞서 은퇴를 앞둔 이근호와 만났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근호는 지난 16일 구단을 통해 "대구에서 은퇴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프로 무대에 입성해 20년이라는 긴 시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아직 5경기가 남은 만큼 최선을 다해 뛰고 웃으며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최원권 감독과 이근호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급하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이근호는 "원래 6월에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계속 만류하셨다. 감사하게도 내년 시즌까지도 얘기를 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은퇴를 갑자기 결정한 건 아니라 고사를 했다"라고 밝혔다.

물론 최원권 감독도 이근호를 쉽게 놓아주진 않았다. 이근호는 "감독님께서 3번인가 계속 안 된다고 거절하셨다(웃음). 너무나 죄송하지만, 또 마지막에 받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그래서 마지막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이근호는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내 나름대로 계획 속에서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다. 시즌 초반 세징야가 다치면서 경기를 좀 많이 나가긴 했다. 선수들이나 감독님도 몸 상태가 작년보다도 좋다고 많이 이야기했다. 그때 오히려 지금 은퇴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어 이근호는 "그게 6월이었다. 먼저 감독님을 찾아가 말씀드렸더니 '아직 너무 이르다. 시즌이 한참 남았으니 좀 더 생각해 봐라'고 하셨다. 감독님이 워낙 확고하셔서 이제 구단에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놨다. 감독님은 '10월, 11월에 이야기하자' 그러셔서 너무 감사했지만,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게 죄송하기도 했다"며 "3번째, 4번째 찾아갔더니 그때는 잘 이야기해 주셔서 은퇴를 선언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동료들 반응은 어땠을까. 이근호는 "선수들은 반신반의했다. 대부분 '근호 형은 저렇게 얘기하고 내년에 또 할 거야'라는 생각이 컸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계속 1년씩 이어 나갔다. 그런데 막상 이제 은퇴 기사가 나니까 정말 믿는 분위기가 됐다"라고 전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제 이근호는 축구화를 벗고 당분간 육아에 집중하며 지도자 생활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가장 첫 번째는 육아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났다. 옆에서 같이 케어하고 싶다"라며 "나름대로 육아가 체질인 것 같다. 아직까진 재밌다. 해보려고 많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지도자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근호는 "라이센스를 올해 따지 못해서 내년에 따야 한다. 아직 지도자 준비가 덜 됐다. 또 대구에서 어린이 아카데미도 좀 구상을 하고 있다. 은퇴 기사가 나고 나서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조금씩 연락이 오긴 한다.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활용해서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급하게 뛰어들 생각은 전혀 없다. 이근호는 "지도자를 지금 바로 할 생각은 아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 한다. 솔직히 감독님께서도 대구에서 하면서 자격증도 따고 준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다. 하지만 내가 지금 바로 들어가서 도움을 드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수로서는 열심히 잘했지만, 지도자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더 준비가 된 후에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근호에게 언제나 큰 힘을 주는 아내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은퇴 결정을 들은 아내의 반응을 묻자 "처음엔 농담식으로 '올해는 진짜 하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말 은퇴 기사가 나가니까 얘기를 꺼낼 때마다 울컥울컥해서 잘 안 꺼내고 있다"라며 "와이프는 계속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내 의견을 항상 존중해 주고 지지해 주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랬다. 그래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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