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정책톡톡] 매달 역대 최고 고용률, 알고 보면 속 빈 강정?

최상현 2023. 10. 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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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고용 호황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5~64세 고용률은 69.6%로 동월 대비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9월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도 역시 매달 역대 최고 고용률이 나타났습니다.

역대 최고 고용률이 이어지는 주 요인으로는 노인 취업자와 여성 취업자가 증가한 점이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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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한국은 고용 호황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5~64세 고용률은 69.6%로 동월 대비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9월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도 역시 매달 역대 최고 고용률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5월과 6월은 고용률이 69.6%로 89년 관련 통계 이래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경기는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정부는 매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있고, 수출·투자 대책이나 물가안정 대책과 관련된 회의도 수시로 열립니다.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수출이 줄어든 폭보다 수입이 더 줄어들며 기록한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입니다. 기업 영업이익 감소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올해 세수가 예산 대비 59조원 줄어들 거란 재추계 결과도 나왔습니다.

어떻게 경기가 안 좋은데 고용은 매달 역대 최고를 나타낼 수 있을까요? 한 정부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는 자본집약적 산업의 특성이 강하고, 경제 효과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몹시 낮은 편입니다. 창출하는 일자리가 적은 만큼, 침체기에 줄어드는 일자리도 많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역대 최고 고용률이 이어지는 주 요인으로는 노인 취업자와 여성 취업자가 증가한 점이 꼽힙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35만 4000명 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폭(30만 9000명)을 웃돌았습니다. 여성 취업자는 26만명 늘었는데, 남성 취업자가 4만 9000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일자리의 '질'을 따져보면, 고용시장이 그렇게 장밋빛 흐름은 아니라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4월 기준으로,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9만 7000명 줄었고, 숙박 및 음식점 17만 1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는 14만 4000명 늘었습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에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창출하는 노인 일자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같은 달 집계한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자료를 보면, 제조업은 임금근로자 60.5%가 3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대표적인 중산층 일자리입니다.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은 월 300만원 이상 받는 근로자 비율이 14.9%에 불과하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도 21.9%에 그칩니다.

사실 이 같은 일자리 착시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1년에도 제조업 취업자는 매년 감소했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도 매년 10만명 이상 늘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줄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5만 9000명과 4만 7000명 줄었습니다.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거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지 않는 이유는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인 고용이 견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고용률이 높다, 취업자 숫자가 많이 늘었다는 것으로 고용 시장이 양호하다고 간주하는 잘못된 정부 인식이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며 "주당 근무시간이 줄고 있고, 주 40시간 근로에 미치지 못하는 파트타이머가 늘고 있으며, 60대 이상 일자리가 고용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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