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병원 폭발, 테러단체 소행" 증거에…중동권 "못 믿겠다"[이-팔 전쟁]

이혜원2 기자 2023. 10. 19. 11: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병원 폭발은 팔 무장 단체의 로켓 오폭"
美도 "이스라엘 책임 아냐" 평가…전문가들도 동의
중동권 "깊은 회의론"…시위대 "이스라엘에 죽음을"
[가자시티=AP/뉴시스] 가자 지구의 알아흘리 병원 폭발 현장. 2023.10. 19.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 책임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있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중동지역에선 이를 믿지 못하겠다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증거를 제시하고 미국도 정보 당국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스라엘 주장에 힘을 실어줬지만, 중동권은 미국과 이스라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테러단체 소행" 증거 제시…미국도 힘 실어줘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 제독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알아흘리 병원 공격 책임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에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했다.

하가리 제독은 무인기로 촬영한 항공 영상을 분석한 결과 병원에 직접적인 타격 흔적이 없었으며, 공습 이후 생기는 구덩이나 건물의 구조적 손상도 없었다고 했다.

또 하마드 대원들의 대화를 도청한 녹음 파일에서도 이번 폭발이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발 때문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사건 발생 즉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대적인 언론 홍보와 사상자 수 부풀리기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미국도 이스라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 국방부 자료를 토대로 판단한 결과라며 "이번 사건은 가자지역 내 테러단체의 잘못된 로켓 발사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공중 영상과 감청 및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현재 우리 평가는 이스라엘이 가자병원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엑스(X, 옛 트위터)에 비교 영상을 공개해 일반적으로 공습 이후 미사일 낙하 지점에 분화구가 생기는 것과 달리, 가자 지구 알아흘리 병원에는 이 같은 흔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IDF 엑스 갈무리) 2023.10.19.

美전문가들도 "이스라엘 소행 아냐…폭발 양상 다르다"

미국 전문가들도 폭발 양상 등을 볼 때 이스라엘 공격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가 좁고, 충격파에 의한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설명이다. 폭발 분화구 깊이가 매우 낮고, 병원 건물들이 많이 부서지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의 군사 안보 전문가 마이클 나이츠는 "폭격 증거는 단 한 개도 없다"며 이스라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공개 정보 분석가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현재로선 증거들을 볼 때 하마드나 이슬람 지하드 로켓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공군이 사용하는 JDAM(합동정밀직격폭탄)과 폭발 양상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동영상과 사진에 나타난 피해 규모를 볼 때 사망자 수를 50명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사망자가 471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왕립종합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론크 연구원도 "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피해 범위가 이 정도라면 공습이 아닌 로켓 오폭에 의해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썼다.

[이스탄불=AP/뉴시스]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표하고 있다. 2023.10.19.

중동권은 '이스라엘 책임론' 여전…"이스라엘에 죽음을" 시위도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날 NBC 뉴스에 이스라엘과 미국 발표 관련 "이 지역에선 아무도 그 얘기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파디 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도 요르단은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스라엘 군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지역에서 그걸 믿을 사람 있나 한번 찾아보라"라고 비꼬았다.

알아흘리 병원을 운영하는 성공회 예루살렘교구는 병원 부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면서도, 어느 쪽에도 책임 소재를 묻지 않았다.

호삼 나움 예루살렘 성공회 대주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원 주차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건물은 아니라고 했다. 폭발 책임을 어디에 물을 수 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예루살렘 성공회는 앞서 전날 "병원이 이스라엘 공습 중 공격을 받았다"는 성명을 냈었다.

이러한 가운데 아랍권에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요르단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는 폭동이 일어났으며,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약 8만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일부는 영사관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에선 프랑스와 영국 대사관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이라크에서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국기와 자국 국기를 함께 들었다.

전문가들은 자국에 폭발 책임이 없다는 이스라엘 측 증거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아랍권의 마음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