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병원 폭발, 테러단체 소행" 증거에…중동권 "못 믿겠다"[이-팔 전쟁]
美도 "이스라엘 책임 아냐" 평가…전문가들도 동의
중동권 "깊은 회의론"…시위대 "이스라엘에 죽음을"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 책임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있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중동지역에선 이를 믿지 못하겠다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증거를 제시하고 미국도 정보 당국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스라엘 주장에 힘을 실어줬지만, 중동권은 미국과 이스라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테러단체 소행" 증거 제시…미국도 힘 실어줘
하가리 제독은 무인기로 촬영한 항공 영상을 분석한 결과 병원에 직접적인 타격 흔적이 없었으며, 공습 이후 생기는 구덩이나 건물의 구조적 손상도 없었다고 했다.
또 하마드 대원들의 대화를 도청한 녹음 파일에서도 이번 폭발이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발 때문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사건 발생 즉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대적인 언론 홍보와 사상자 수 부풀리기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미국도 이스라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 국방부 자료를 토대로 판단한 결과라며 "이번 사건은 가자지역 내 테러단체의 잘못된 로켓 발사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공중 영상과 감청 및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현재 우리 평가는 이스라엘이 가자병원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美전문가들도 "이스라엘 소행 아냐…폭발 양상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의 군사 안보 전문가 마이클 나이츠는 "폭격 증거는 단 한 개도 없다"며 이스라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공개 정보 분석가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현재로선 증거들을 볼 때 하마드나 이슬람 지하드 로켓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공군이 사용하는 JDAM(합동정밀직격폭탄)과 폭발 양상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동영상과 사진에 나타난 피해 규모를 볼 때 사망자 수를 50명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사망자가 471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왕립종합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론크 연구원도 "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피해 범위가 이 정도라면 공습이 아닌 로켓 오폭에 의해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썼다.
중동권은 '이스라엘 책임론' 여전…"이스라엘에 죽음을" 시위도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날 NBC 뉴스에 이스라엘과 미국 발표 관련 "이 지역에선 아무도 그 얘기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파디 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도 요르단은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스라엘 군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지역에서 그걸 믿을 사람 있나 한번 찾아보라"라고 비꼬았다.
알아흘리 병원을 운영하는 성공회 예루살렘교구는 병원 부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면서도, 어느 쪽에도 책임 소재를 묻지 않았다.
호삼 나움 예루살렘 성공회 대주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원 주차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건물은 아니라고 했다. 폭발 책임을 어디에 물을 수 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예루살렘 성공회는 앞서 전날 "병원이 이스라엘 공습 중 공격을 받았다"는 성명을 냈었다.
이러한 가운데 아랍권에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요르단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는 폭동이 일어났으며,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약 8만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일부는 영사관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에선 프랑스와 영국 대사관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이라크에서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국기와 자국 국기를 함께 들었다.
전문가들은 자국에 폭발 책임이 없다는 이스라엘 측 증거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아랍권의 마음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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