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175명, 팔레스타인 소설가 아다니아 쉬블리 시상식 취소에 강력 항의
한국의 소설가 등 작가 175명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상을 받기로 예정된 팔레스타인 소설가 아다니아 쉬블리의 리베라투어상 시상식이 취소된 데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설가 김남일 등 175명은 “아다니아 쉬블리의 시상식 취소를 즉각 취소하라”며 “이번 처사는 한 사람의 동료 작가를 무시한 것”이라며 항의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의 <사소한 일>(2017)은 이스라엘의 국가 건설 과정에서 한 베두인 소녀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집단적으로 강간을 당하고 마침내 살해당한 끔찍한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다.
https://m.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8181122001
외신 등에 따르면 도서전 주최측에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기습 공격한 사태 직후 시상식을 여는 게 적절하지 않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일부 심사위원들이 해당 소설이 반유대주의를 표명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사퇴하는 이도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작가들은 성명서에서 “(일부에서 이 작품에) ‘반유대주의의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딱지를 붙임으로써 일종의 반달리즘적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종적 고발보다는 보편적 인도주의가 이 작품의 바탕에 깔린 가장 중요한 주제임을 누구라도 읽어낼 수 있다”며 “이번에 시상식 취소라는 해괴한 사태를 주도한 이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의 집단 성폭행을 다루었다는 점을 내세워, 이 소설이 마치 반유대주의를 부추기고 근자에 유행하는 막무가내식 혐오 폭력과 동일한 차원인 양 낙인을 찍었다. 우리는 이토록 무지막지한 ‘오독’이 어찌 가능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최측은 시상식이 취소됐지만 수상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아다니아 쉬블리는 이 소설로 전미도서상(2020)과 인터내셔널 부커상(2021)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쉬블리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여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하는 ‘2023 DMZ 평화문학축전’에 초청받아 방한한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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