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예약보다 대출상환 전화 더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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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을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이 이자부담에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지난 1분기(1.00%)와 비교해 0.15%포인트 올랐다.
이에 코로나19 종식만을 기대하고 대출로 사업을 유지했던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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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이자부담 10년만에 최고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도 급등
고금리·고물가에 한계 내몰려
#. 자영업자 이모(35)씨는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줄어도 업종 변경을 하며 사업을 포기하지 않던 그였다. 그러나 이자 부담은 이기지 못했다. 이 씨는 “코로나19 초기 2000만원으로 시작했던 빚이 3년 만에 8000만원이 됐다”면서 “수익이 거의 없는데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니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고객 예약 전화보다 대출 상환 전화가 더 많이 온다”고 토로했다.
#. 코로나19 한파를 못이기고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았던 최모(30) 씨는 1년여 아르바이트를 통해 창업 자금을 모았다. 연말 대목 전 다시 사업을 시작하려던 그는 돌연 계획을 바꿔 정규직 일자리를 찾고 있다. 최 씨는 “하반기 정도면 자영업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며 “보유한 대출 금리도 계속 올라 1년간 모은 자금으로 대출 상환을 먼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이 이자부담에 무너지고 있다. 거리두기는 견뎌냈지만,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고금리를 버텨내기란 버겁다. 더군다나 기대하던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높은 금리에 민간소비마저 닫히면서 푼돈의 수익을 보자고 빚을 늘리기보다, 서둘러 정리해 빚부터 갚자는 눈물겨운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이자 부담 10년 만에 ‘최고’=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의 잔액 기준 금리는 5.32%로 전월 동기(4.05%)와 비교해 1.2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년 전인 2013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대출을 보유한 차주들의 전체 이자 부담이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5.37%까지 올랐던 월별 신규취급액 금리는 8월 5.24%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고금리가 적용됐던 지난해에도 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며, 전체 이자 부담은 늘고 있다. 기존의 저금리 대출의 갱신 주기가 도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코리아크레딧뷰(KCB)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약 75조원(11%) 증가했다.
‘반짝’ 하락세를 보이던 대출금리도 다시금 상승세를 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 변동형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6개월, AAA) 금리는 올해 줄곧 3%대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올해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채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지난 1분기(1.00%)와 비교해 0.15%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둔화·고물가에 자영업자 소득도 ‘바닥’=자영업 대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데는 올 초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길었던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소비 회복에 따른 자영업 경기 반등이 기대됐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가속화되며,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대표적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8월 기준 102.6을 기록해 전년 동월(108.2) 대비 5.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컸던 2020년 3월(-7.1%) 이후 약 3년 반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아울러 소비자물가지수는 9월 기준 122.99로 약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코로나19 종식만을 기대하고 대출로 사업을 유지했던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더 악화됐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53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9.5% 줄었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 소득은 343만원으로 16.2% 감소했다.
사업을 포기하고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집계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89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40.2% 늘었다.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이 폐업, 노령화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이용하는 공적제도다.
▶예측 불가능한 자영업 경기...해결책 마련도 난항=문제는 금리가 내려가고 경기가 좋아질 때가 언제인지 가늠이 안된다는 데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력으로 상환이 어려운 이들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대출 지원을 계속할 경우 향후 부실 규모가 되레 커질 수 있다”며 “현재 채무조정 제도와 더불어, 폐업 위기에 있는 자영업자의 재출발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반등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채 연착륙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부는 현재 폐업을 선택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프로젝트 ‘희망리턴패키지’ 등 출구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재기에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고, 신청자 수도 적은 탓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취약차주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 소득이 회복된 정상차주의 경우 자발적 대출 상환을 유도해야 한다”며 “자영업자 부채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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