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체팀 베트남 불러 6-0 골 잔치 바람직한가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2023. 10. 19. 11: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클린스만호, 3무2패 끝 껄끄러운 3연승 자족
축구계, ‘어린이 손목 비틀기’ 등 거센 비판
축구협회-감독 겨냥해 ‘그 협회에 그 사령탑’
내년 1월 맞붙을 일본 등은 강호들과 평가전

1956년 제1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홍콩) 우승 주역이자 축구 감독과 신문 방송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고(故) 박경호(1930년~2021년) 씨는 생전 “축구 경기의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3대2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고 관중들도 심심찮게 짜릿한 득점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7일 한국이 6대0, 대승을 거둔 베트남과의 평가전은 재미있는 경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슈팅수 33대 8, 유효 슈팅수 12대 1, 공격 점유율 66% 대 34%. 한국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는 이날 밤 수원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 대목에서 과연 세계 랭킹 26위인 한국이 95위인 베트남을 불러 평가전을 치러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국 수비수 김민재가 베트남과 축구대표팀 홈 평가전에서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골을 넣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독일에 이어 캐나다, 튀르키예 등과 평가전을 치러 연속 승리하는 일본, 비록 0대 1로 졌지만, 잉글랜드와 원정경기를 벌였던 호주. 하지만 이들 나라와 내년 1월 제18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카타르)에서 맞붙을 한국은 누가 봐도 만만한 상대인 베트남을 불러 ‘골 잔치’를 벌이고도 자족하는 분위기다.

그것도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월드클래스의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해 얻은 결과다. 이로써 지난 3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3무 2패 끝에 3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축구계는 베트남전 승리를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로 평가절하하고 있으며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호의 ‘얄팍한 승수(勝數) 쌓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혹평하고 있다.

세계랭킹 낮은 팀만 상대…5연속 무실점 무패
클린스만호는 지난 3월 24일 울산에서 치른 데뷔전에서 세계 랭킹 17위인 콜롬비아와 2대 2로 비겨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나흘 뒤 우루과이(세계 16위)에는 1대2로 첫 패배를 기록했고 6월 16일 열린 세계 랭킹 21위 페루에도 0대1로 2연패, 실망감을 안겼다.

하지만 이후 한국 축구는 세계 랭킹이 낮은 팀만 골라 평가전이나 친선경기를 가져 3승 2무를 달리고 있다. 6월 20일의 엘살바도르(세계 75위)와 1대1, 9월 8일의 웨일스(세계 35위)와 0대0 무승부를 이루었고, 9월 13일에는 사우디(세계 54위)에 1대0 승리, 10월 13일에는 튀니지(세계 29위)에 4대0으로 이겨 17일 베트남 경기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 무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 주장 손흥민(7번)이 베트남과 친선경기 이강인(18번) 득점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특히 한국의 23세 이하 대표팀인 황선홍호의 전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베트남을 불러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을 투입해 여섯 골 차 승리를 거둔 것은 아시아 축구 강국답지 못한 행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스파링 파트너로 약체 베트남을 불러들인 대한축구협회나 신예들에게 경험 축적의 기회를 주지 않고 최상의 멤버를 총동원해 베트남을 맹폭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나 ‘그 협회에 그 사령탑’이라 비판받을 만하다. 18일 이러한 결과를 ‘완벽한 골 잔치’ 등으로 대서특필한 신문과 TV 등 일부 언론의 행태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축구, 64년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 가능할까
반면 내년 1월 12일부터 2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 카타르에서 열릴 제18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리는 일본과 호주는 유럽, 미주 등의 강호들과 평가전을 치러 한국과 대조적이다.

17일 튀니지를 2대0으로 꺾은 일본은 지난 6월 엘살바도르(6대0) 페루(4대1)에 이어 9월에는 독일(4대1) 튀르키예(4대2), 지난 13일엔 캐나다(4대1)에 승리하는 등 최근 유럽 및 미주 국가대표팀과 가진 A매치에서 6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호주 또한 지난 3월 에콰도르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 1패(3대1 승, 1대2 패), 6월 아르헨티나에는 0대2 패배, 9월 멕시코와는 2대2 무승부를 이루었으며 지난 14일 세계 랭킹 4위인 잉글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선 올리 왓킨스에게 결승골을 내줘 0대1로 물러섰지만, 전력 강화를 알차게 했다는 평가다.

1956년(홍콩)과 1960년(서울) 제1, 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내년 제18회 대회에서 64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남은 기간이라도 만만한 상대보다는 껄끄러운 상대를 스파링 파트너로 해야 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베트남전 한국 베스트11. 사진=천정환 기자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