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24년 고금리 시대 경제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2023. 10. 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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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그 이전에 고금리 시대에 대한 경고로 시장 분위기가 무겁다. 미국 경제∙금융계 거물들이 앞장서 경종을 울리자 시장도 수긍하는 인상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미국 기준금리가 7%에 도달하는 최악 시나리오에 세계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금리가 3%에서 5%로 가는 것보다 5%에서 7%로 가는 것이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전 미국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스타 교수 래리 서머스도 미국 경제가 다른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지난 20년과 다른 금리 환경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3%까지 올랐던 8월 17일 인터뷰에서 향후 10년간 해당 금리가 평균 4.75% 또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10년간 평균 4.75%가 현실이 된다면 때에 따라 5%를 넘는 움직임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될 것이다.

고금리 전망을 관통하는 변수
거물들의 주장을 관통하는 근거는 공통적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영원히 지속할 수 없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액 추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국방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트럼프 정부 이후의 감세 정책은 쉽게 되돌릴 수 없어 정부의 지출은 많고 세금 수입은 적다.

그 밖에 인플레이션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이 많다. 세계화의 퇴행이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을 높이고 노조의 협상력을 높여 임금을 밀어 올린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 25% 줄여야 하는 세계는 이 과정에 추가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철강 업종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탄소 배출 저감 장치 도입 등에 제조 기업의 비용 지출은 늘어날 것이다.

기후 변화 자체도 농업과 어업 비중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강한 엘니뇨의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시작된 슈퍼 엘니뇨의 영향은 내년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엘니뇨 현상은 발생 후 2년째에 영향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평가에 연준과 시장도 적응해가고 있다. 9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은 대거 상향 조정됐다. 올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여지는 그대로지만, 내년 금리 인하에는 상당히 인색해졌다. 기껏해야 한두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했으니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도 번번이 뒤로 밀리고 있다.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현재 전망대로 상당 기간 하방 경직성을 유지한다면 실물 경제의 스트레스는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지난 3월에 스쳐 지나간 미국 지역은행들의 위기는 더 큰 위기의 전조였을지 모른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어찌되는 것인가. 구조적 인플레이션 환경이 변했다면서, 지금 둔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미 연착륙 기대는 합리적 기대인가 현실 부정인가
먼저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 미국 3/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 5%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6일 저녁 확인된 미국 9월 고용(nonfarm payrolls)은 여전히 뜨거운 고용시장을 확인시켜줬다. 신규 고용 증가는 시장 예상치의 무려 2배에 달했고, 이전 두 달 치도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고용의 디테일은 헤드라인 숫자만큼 강하지 않았다. 임금 상승률(4.2%)은 예상보다 낮았고, 헤드라인 33만6000명에는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 투잡(two job)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다. 더욱이 풀타임보다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을지언정 차갑게 식지 않고 대체로 순항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둔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미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효과가 실물 경제에 스며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을 구조적 환경과 경기적 환경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는데,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 침투하면 경기적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

하지만 훌쩍 높아진 금리 때문에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높아진 금리는 주식의 밸류에이션(valuation), 주가이익배수(PER; Price per earnings)를 높아 보이게 만들고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하며 가계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한다. 지금껏 연착륙 기대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금리가 오를 때 경제 주체들이 당장 충격에 직면하지는 않고, 그 효과가 실물 경제에 침투하기까지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을 부정하는 심리가 나타난다. 금리는 높아졌지만, 이번에는 잘 버틸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하지만,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는 기존에 발행한 채권의 만기,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올 때다. 미국의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몇 년에 걸쳐 전 세계에 크고 작은 파열음이 생긴다. 코로나 창궐 이후 한동안, 낮아진 금리를 놓칠세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뤘기에 차차 그 여파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아직 최악을 지났다고 단정 짓기 이르다. 내년 전망을 올해보다 긍정적으로 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미국채 중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무섭게 올라 금융 여건의 긴축을 불러왔기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인상해야 할 필요성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건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 경제다. 경제 리오프닝 효과를 금세 덮어버린 부동산 위기를 이겨내고 중국 경제가 보란듯이 재기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듯하다. 중국은 다시 마오쩌둥 시대처럼 일인(1人) 권력이 강해지며 집단지도체제의 장점을 잃었다. 정책 실수가 생겨도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최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2인자인 총리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주룽지나 원자바오 전 총리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중국의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화되며 외국 자본이 중국 투자에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중국으로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물론 증권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대외 수요 부진으로 수출까지 감소하여 경상수지와 금융계정을 통한 자본 유입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출에서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만 막은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 등 미국 자본의 중국 첨단기술 투자도 규제해 자금줄도 조였다.

부동산 위기가 과거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나 일본의 버블 붕괴처럼 대형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지만 위기의 후유증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내년에도 중국이 세계 경제의 엔진이 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중국이 용처럼 날아올랐던 세계화 시대는 퇴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화는?
미국 경제의 둔화 및 침체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달러화의 힘을 빼는 반면에,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매력을 높인다. 달러화는 세계 경제의 체온계인 만큼 세계 경제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감기 걸린 듯 고열을 유지하여 달러화가 쉽사리 내리지 못한 채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1,400원 대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 1,400원 대 환율이 정당화되려면 미국 경제가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구가하거나 대형 위기 가능성과 연결된다. 전자(the former)는 2022년 9~10월 달러화가 1,400원을 넘나들었던 배경이다(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에 중국 비관론 심화, 유럽 에너지 위기 우려, 일본과의 통화정책 차별화 심화 동시 발생). 하지만 미국 경제도 고금리의 여파를 실감하며 침체를 향해 갈 가능성이 높다. 대형 위기를 피해 간다는 기본 시나리오하에서는 1,300원 대 환율을 유지한 뒤 하반기에 접어들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를 업고 달러화도 내리는 방향으로 전망한다.

[신한은행 S&T센터 백석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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