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넷리스트 특허 계약 위반 아니다…원심 파기로 새국면

삼성전자와 넷리스트 사건, 1심으로 돌려보내
항소법원 “계약서 내용과 사실관계 추가 확인 필요”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의 넷리스트의 특허 사용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양사 특허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이 판결이 최종확정되면, 삼성전자는 넷리스트에 약 4000억원의 특허 관련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리스크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제9항소법원은 최근 양사 간 계약이 삼성전자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볼 수 없다며 넷리스트의 손을 들어 준 원심을 파기하고 추가 심리를 위해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항소법원은 “계약서 내용과 사실관계에 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의 공급의무 위반 부분을 파기했고, 삼성전자가 원천세 징수 관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당 의무 위반 부분도 파기했다.

앞서 넷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양사 간 체결된 공동개발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상 공급의무, 원천세 징수 관련 의무를 위반했고, 이에 따라 양사 간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202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법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작년 2월 캘리포니아 중부지법은 넷리스트의 주장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고, 삼성전자는 이에 항소했다.

넷리스트는 이번 계약 소송의 쟁점이 된 라이선스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독일 등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항소법원이 이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양사 간 특허 침해 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가 최종 승소할 경우 넷리스트가 제기한 다른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삼성전자가 유리한 국면을 맞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 8월 판결이 나온 미 텍사스주 동부연방지방법원 소송에 미칠 영향에 특히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넷리스트는 202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법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 외에 추가로 메모리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넷리스트는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와의 특허 사용 계약이 해지됐음에도, 메모리 특허를 사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단의 평결이 재판부에 수용돼,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에 3억315만달러(약 4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2000년 LG반도체 출신인 홍춘기 대표가 설립한 넷리스트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넷리스트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SK하이닉스가 자사의 반도체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항소심 결과 등의 여파로 넷리스트 주가는 하루 새 30% 가까이 폭락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