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연사” 꺼내든 SK 최태원 “변화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기업의 “돌연사” 가능성을 경고하며 “빠르고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일 에스케이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과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16∼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이오 세미나에서 글로벌 경영전략 방향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중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 이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 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개인의 경력관리를 중시하는 문화 확산 등을 한국 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꼽았다.

그러면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Sudden Death)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 데스’를 처음 언급한 바 있는데,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을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이런 환경에서 그룹이 생존하려면 글로벌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전략과 통합·연계된 사회적 가치(SV) 전략 수립과 실행 △미국·중국 등 경제 블록별 글로벌 조직화 △에너지·인공지능·환경 관점의 솔루션 패키지 등을 주요 경영 전략으로 경영자들에게 주문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투자 결정 때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 그룹 최고경영자들은 2010년 중국에 설립한 에스케이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도 설립하는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유기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에스케이 쪽은 밝혔다. 아울러 기존의 일하는 방식과 인적자원관리(HR) 시스템으로는 우수한 글로벌 인재 영입이 어렵다고 보고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실행 방안 등을 모색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에스케이 수석부회장, 최창원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에스케이그룹이 연례 경영전략 구상 회의인 시이오 세미나를 국외에서 연 것은 2009년 중국 베이징 개최 이후 14년 만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