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번아웃’ 가볍게 여기면 큰 일, 극단적 선택 위험성 높여

허지윤 기자 2023. 10. 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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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생기는 '번아웃'이 직장인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대종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위험성 증가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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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인 퍼블릭 헬스 저널 9월호에 게재
강북삼성병원 오대종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 전상원·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 /강북삼성병원

직무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생기는 ‘번아웃’이 직장인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번아웃은 신체와 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탈진, 직장과 업무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직업 효능감의 저하를 특징으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기준에 등재한 주요 임상증후군이다.

19일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 연구팀이 다양한 직역의 근로자 1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자가 설문을 실시해 번아웃과 자살 사고 유무를 조사·분석한 연구 결과가 ‘프론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저널 9월호’에 실렸다.

그동안 보건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번아웃이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으나, 보건의료 외에 다양한 직업에서도 번아웃이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규명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2020년~2022년 사이 직장인 마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제조, 금융, 서비스, 유통, 건설, 공공 행정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 1만3000여명에 대해 조사, 연구했다. 그 결과 번아웃 증상 중에서도 신체·정서적 탈진이 있는 경우 우울증이 있는 직장인에서는 자살의 위험을 36%, 우울증이 없는 직장인에서도 자살 위험을 77%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탈진 상태의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자기 직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직장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 자살 사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대종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위험성 증가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번아웃, 우울증 그리고 자살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대규모 단면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생산가능인구를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자살률에서 비교적 잘 사는 나라들 가운데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에 1위에 올랐다. 2021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국민 10~30대 사망원인 1위, 40~60대의 사망원인 2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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