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 “피아노는 곧 쇼팽…이젠 한 사람을 만난 기분”

2023. 10. 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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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라스트 쇼팽’ 발매
이달 22일부터 전국 리사이틀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김정원이 다시 쇼팽으로 돌아왔다. 6년 만에 내는 새 앨범은 제목마저 ‘라스트 쇼팽(Last Choin)’이라고 붙였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에게 쇼팽은 ‘청춘’이었고, ‘열병’이었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품은 것도, 피아니스트로 존재감을 보인 것도 ‘쇼팽’ 때문이었다.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너무나 치열하게 사랑한 작품이 쇼팽이었어요. 미지근한 감정을 가져가고 싶지 않아 마음 속으로 떠나보냈죠. 하지만 언제나 마음 속에서 쇼팽은 피아노와 제 관계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어요. 제게 쇼팽은 곧 피아노였으니까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김정원이 다시 쇼팽으로 돌아왔다. 6년 만에 내는 새 앨범은 제목마저 ‘라스트 쇼팽(Last Choin)’이라고 붙였다. 지난 17일 유니버설뮤직코리아를 통해 발매한 이번 앨범은 이미 예스24 클래식 차트, 핫트랙스 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앨범 발매 후 기자들과 만난 김정원은 “이번 앨범을 통해 쇼팽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쇼팽이라는 한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원조’ 클래식 스타인 20대 김정원이 낸 쇼팽 에튀드 전곡, 쇼팽 스케르초 전곡 앨범은 지금도 회자되는 앨범이다. 40대 후반에 다시 만난 쇼팽엔 ‘패기 넘치던’ 시절 연주했던 곡과 다소 결이 달라졌다. 그는 “그 때의 연주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새 앨범엔 쇼팽의 후기작이 담겼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연합]

“(작곡 당시) 쇼팽은 30대 후반이었어요. 제가 철이 늦게 들어 쇼팽과 비슷한 감정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당히 회의적이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죠. 많은 부분에서 너그러워지기도 했고, 포용하는 것도 있고요.”

이국의 땅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쇼팽은 한없는 그리움과 아픔을 그의 후기작에 새겼다. 김정원은 “연인도, 건강도, 조국도 잃은 쇼팽은 나보다 많이 아팠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쇼팽의 감정을 막연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 음악을 통해 그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쇼팽의 색깔과 음향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로 향했다. 녹음은 지난 6월 폴란드 루스와비체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유럽 음악 센터 콘서트홀에서 진행됐다. 그는 “쇼팽이 그토록 사랑한 조국의 냄새를 맡으면서 작업했다”고 했다.

40대가 돼 마주한 쇼팽은 조금은 담담해졌다. 김정원은 “요즘의 젊은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트렌디한 연주는 표현이 쎄고 예민한데, 이 앨범은 슬프다고 징징거리지 않고,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 연주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앨범의 프로듀서인 폴란드 레이블 둑스(DUX)의 대표 사운드 디렉터이자 클래식 음악 프로듀서 말고르자타 폴란스카(MAŁGORZATA POLAŃSKA) 역시 “감정을 숨기고 내레이션 하듯 치는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아프지만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쇼팽의 아픔을 담아야 하기에, 화장하거나 향수 뿌리지 않고 이 상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고민했어요.”

피아니스트 김정원 [연합]

마지막 곡은 작품번호 68번의 4번. 폴란드 민속 춤곡인 마주르카다. 그는 “쇼팽이 죽음을 예견하고 쓴 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별의 느낌을 받는다”며 “비장하기 보다 손을 놓고 떠나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쇼팽의 후기작은 초기보다 산만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2004년 쇼팽 스케르초로 데뷔 앨범을 냈던 김정원이 20년 만에 다시 담아낸 쇼팽은 겉치레를 덜어내고 온전히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밀당’(밀고 당기기)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 그는 올해로 데뷔 22주년을 맞았다.

“원래는 맵고 짠 음식이 좋았는데 입맛도 바뀌더라고요. 예전엔 정말 안 먹는 음식이 평양냉면, 콩국수였거든요. 그런데 이젠 달라요. 음악도 간이 센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제 마음에 더 와닿아요.”

새 앨범을 낸 김정원은 오는 22일 광주 서빛마루 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9일 청주 청주예술의전당, 30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등에서 관객과 만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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