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채권 금리 상승세…기준금리 동결에도 ‘긴축된 시장’
금통위 동결 결정에도 대출 금리 상승세 이어질 듯
금리 인하 시점 내년 이후로…“연준 신호 먼저 나와야”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했지만, 시장 금리는 강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 턱밑까지 뛰어오르면서,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긴축 움직임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고유가가 반등시킨 물가 흐름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 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급증한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확대되고 경기 위축도 길어질 수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오후 3시께(미 동부시간 기준) 연 4.904%로, 5%를 목전에 두고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9% 위로 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시장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일 전 거래일 대비 1%포인트 이상 오르며 4.3%대로 상승했다. 단기물인 3년물도 전일 보름 만에 4%를 돌파한 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국채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채권에 더 많은 보상(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금리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적인 이유가 없다면 단기적으로 국고채 금리 등은 미국 국채 금리를 반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시장은 추가적 긴축 압박은 덜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채권 금리 상승이 대출 금리를 밀어올린다는 데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는 4.14~6.584%로 나타났다. 변동금리(코픽스 신규)는 연 4.53~7.116%로 이미 7%를 돌파했다.
대출 금리 상승은 불어난 가계 빚에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은이 집계한 올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863조원 규모지만, 매달 집계되는 가계대출 동향 자료를 반영하면 3분기 말 가계신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작년 3분기(1871조원) 수준에 닿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반등도 어려워진다. 한은으로선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 침체 조짐이 확연해지면서 경기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8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은 추가 금리 인상 요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지금 물가가 다시 뛰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수요가 있음에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금리를 더 올렸어야 하는데,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외통수로 계속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은 11월과 12월 두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고, 우리나라는 11월 30일 한 차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끝으로 올해 금리 결정을 마무리한다. 때문에 연준이 한 차례 회의를 남겨둔 11월 금통위가 더욱 중요하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연준의 11월 결정에 따라 우리 금통위가 조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에 연준에서 11월 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혹시라도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면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현재 2%포인트에서 2.25%포인트나 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되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면서 “한은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그 정도까지 벌어지게 둘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동결이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것에 맞춰 조금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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