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중국의 덫에 걸린 테슬라·애플…‘나비효과’ 촉각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간밤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3분기 순이익이 18억5300만달러(약 2조5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나 급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기간 총이익은 41억7800만달러로 역시 전년동기 대비 22%나 줄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 인하정책을 펴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힙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지난 8월 준대형 세단인 '모델S'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모델X'의 가격을 인하한 데 이어 보름 만인 지난 9월 초 추가로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습니다. 모델S와 모델X는 두 차례 가격 인하를 통해 총 2000만원 이상 저렴해졌고,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 등 제품도 1만4000위안(약 259만원)씩 가격이 인하됐었죠.
테슬라 측에서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토종 전기차 브랜드 BYD(비야디)가 점유율 1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에도 3분기 차량 인도량은 43만5059대로, 지난 2분기보다 오히려 7% 감소했고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46만1000대도 밑돌았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BYD의 3분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 수준인 95.46~115.46억위안(한화 약 1.8조원~2.1조원)으로, 전년 57.16억위안보다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YD가 이 같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 간다면 테슬라가 아무리 가격을 내린다고 해도 점유율 확보는커녕 이번 실적에서와 같이 수익 측면에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적 발표 후 테슬라 주가는 정규장에서 4.78% 하락했습니다.
중국발(發)충격을 받고 있는 건 테슬라뿐만이 아닙니다. 애플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토종업체 화웨이에게 밀리면서 굴욕을 당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15가 출시된 17일 동안의 중국 판매량이 2022년 아이폰14가 출시됐을 때보다 4.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이날 애플 주가는 1%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전체 매출의 약 20% 가량이 중국시장에서 나오던 애플 입장에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중국에서 아이폰15 판매가 전작에 비해 두 자릿수 감소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고 "취약한 중국 내 수요로 인해 올해 전 세계 아이폰15 출하 규모는 예상을 밑돌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애플 목표주가를 기존 215달러에서 210달러로 하향하고 2024 회계연도 1분기(2023년 10~12월) 아이폰 판매 전망치도 기존보다 8% 낮춰 잡았습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중국 당국이 공무원에 이어 국영기업체 직원과 정부 관련 단체 직원에게도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플이 하루 만에 3%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대장주인 애플이 급락하면서 대형 기술주들도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간밤(현지시간 18일) 애플은 중국 악재로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1.31달러(0.74%) 내린 175.84달러로 마감했고, 다른 대형 기술주들도 함께 투자심리가 악화하는 분위깁니다.
엔비디아가 4% 가까이 내렸고, 아마존(-2.54%), 메타플랫폼스(-2.17%), 알파벳(-1.26%), 마이크로소프트(-0.61%) 등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나비효과가 국내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폰15가 중국에서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보일 것이라던 관측이 현실화되면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당장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BYD 올해 누적 판매가 200만대를 넘고 지난 달에만 전년 동월 대비 262% 늘어난 2만8039대를 수출하며 국내 자동차 업계 역시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판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 또는 시장 점유율 확보라는 더 큰 목표를 놓고 보면 국내 업계도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미국 대형주들이 중국 토종업체에 밀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땅따먹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주식의 주가뿐 아니라 결국 돌고 돌아 국내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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