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테마형 ETF, 무작정 투자했다간 쪽박?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통상적인 주가 지수를 추종하면서 시작된 상장지수펀드(ETF)가 개별 업종, 특정 테마로 상품 세분화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국내 증시가 특정 산업과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테마형ETF도 우후죽순 쏟아지는 모양새다.
다만 테마형ETF의 특성상 일시적인 유행과 흐름에 편승할 경우 상장 이후 투자심리가 약화돼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인공지능(AI), 2차전지, 미국 반도체 등 특정 업종, 테마로 투자심리가 편중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테마형ETF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상장된 테마형ETF는 총 7개다.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서 2차전지, 미국빅테크, 일본반도체 등의 종목에 집중한 ETF를 상장했다. 지난 17일에는 한투운용이 포스코그룹주를 담은 'ACE 포스코그룹포커스 ETF'를 비롯해 'ACE AI반도체포커스', 'ACE 일본반도체ETF'를 상장했다.
50~100개의 종목을 담아 업종 지수를 추종하던 과거 ETF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최근 상장된 테마형ETF 대부분은 10개 미만의 대표 종목을 필두로 내세우고 해당 종목들의 비중을 높인 게 특징이다.
김찬영 한투운용 디지털ETF 마케팅본부장은 "ETF 시장이 패션업계를 방불케 하는 것 같다. 패스트 패션이라고 하지 않나. 투자하시는 분들도 유행에 민감한 것 같다"며 "ETF시장은 컴팩트 트렌드로 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100종목까지도 담았다면 최근에는 탑7+, 탑4+, 탑3+로, 소수의 종목에 투자자들이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시장은 특정 산업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관련 ETF가 쏟아지진 않는데, 우리나라는 조금 더 투자자의 입맛을 맞춘 상품들이 나오다 보니 과열 경쟁으로 가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업종 지수만을 추종해서 ETF를 구성하다 섹터로 넘어가고 섹터단으로 담기에도 넓은 감이 있으니, 보다 더 압축돼 소수의 종목만으로 테마형ETF를 구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증시를 휩쓴 2차전지만 하더라도 지난 4월부터 신한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에서 7개의 테마 ETF를 상장시켰다. 해당 ETF들은 2차전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POSCO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을 주로 담고 있으나 종목별로 조금씩 비중의 차이를 두거나 편입 종목을 달리 하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다만 특정 산업에 대한 주식 시장의 관심이 테마형ETF가 출시된 이후엔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 일각에서는 테마형ETF가 늘어나는 시점을 단기 고점 신호로 여기기도 한다. 또 유행과 흐름에 편중돼 장기 투자에 나서기 위해선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례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지난 한 달간 32.38% 하락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소재Fn'은 같은 기간 18.20% 빠졌다. 'TIGER KRX2차전지 K-뉴딜레버리지'도 32.6%가 줄었다. 하반기 들어 2차전지 업종이 조정을 받은 영향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목을 받던 메타버스ETF처럼 유행이 지난 테마형ETF 투자자들은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테마형ETF 출시가 고점 신호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자산운용사 측은 다소 억울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시를 하면 주가가 떨어져 손실이 난다는 것은 신도 모르는 것이다. 우연일 뿐"이라며 "주식시장이라는 게 계속 오를 수는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변곡점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특정 종목과 산업이 주목받기 전에 ETF를 상장하는 것 또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정 산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ETF를 출시해도 투자자들은 관심이 없다. 광고를 해도 수요가 없으니 시장에서 매력이 없다"며 "하지만 자산운용사도 유망한 산업과 종목을 발굴하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수요가 있기 전에 발굴해서 출시했다가 수요가 생기면서 운용자산(AUM)이 늘어나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상품 수요가 생기고 나서 만들어지니 아무래도 시차가 있어 테마형ETF 상장 후 투심이 약화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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