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파리로”…새로운 ‘라보엠’ 막 오른다

양형모 기자 2023. 10.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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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오페라단, 그레이트 오페라 시리즈 첫번째 ‘라보엠’ 공연
2024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해 무대
연출가 김숙영의 감각적인 재해석 기대
여주 ‘미미’역에 리릭 소프라노 김은희
11월 17∼19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선봬
‘미미’ 김은희, ‘로돌포’ 박지민, 김숙영 연출, 이소영 예술총감독(위부터 시계방향)과 라보엠 포스터. 사진제공 | 솔오페라단
크리스마스이브의 낡은 아파트 다락방.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화가 마르첼로가 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로돌포는 자신이 쓴 희곡의 원고를 벽난로에 집어넣고 불을 피운다.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몸을 녹이려는 순간 철학자 콜리네가 생각에 골똘히 잠기며 들어오고, 이어 음악가 쇼나르가 싱글벙글하며 술과 음식을 갖고 들어온다. 조촐히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을 즐기려는 이들 앞에 집주인 베누아가 나타나 밀린 집세를 내라고 독촉한다.

‘보헤미안’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보엠(La Boheme)’. 이탈리아의 오페라 거장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작곡한 이 4막짜리 오페라는 1896년 당대 최고의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에 의해 초연됐다. 푸치니는 ‘나비부인’, ‘토스카’, ‘투란도트’ 등 다수의 걸작 오페라 작품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라보엠은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라보엠은 겨울 시즌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이기도 하다. 오페라 팬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귀에 익숙한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가 바로 라보엠의 대표 아리아다.

뿐만 아니라 라보엠은 토스카니니의 초연 이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실제로 변주된 작품들을 양성했는데, 그 중 뮤지컬 작품으로는 “오십이만오천육백분, 오십이만오천개의 소중한 시간들”로 시작되는 넘버 ‘시즌스 오브 러브’로 유명한 ‘현대판 라보엠’ 렌트가 있다.

●19세기 파리를 1910년 파리로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한다. ‘대한민국 오페라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솔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소영)이 동아일보와 함께 11월 17∼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라보엠을 무대에 올린다. 2024년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그레이트 오페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솔오페라단은 라보엠의 비슷비슷한 해석과 무대를 벗어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라보엠을 준비 중이다. 시대적 배경부터 바꿨다.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호평받는 연출가 김숙영과 신선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무대 디자이너 김대한이 만나 19세기 파리를 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0년의 파리로 옮겨 놓았다.

연출가 김숙영은 “20세기 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네 명의 예술가에 포커스를 맞추었다”고 했다. 변화와 새로운 예술에 대한 희망에 몸부림치지만, 그에 따른 잔인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김숙영의 시선으로 그려낸 2023년 오페라 라보엠은 각별하다.

“사실주의가 만연하지만 예술로는 취급 받지 못했던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마음속에 더 와 닿을지 고민했다. 색깔과 성향, 가치관이 각자 다른 네 명의 친구들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을 무대에 마련해 각자의 공간, 각자의 방에서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허름하지만 그래서 더욱 애절한 우정과 사랑이 탄생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투란도트’서 극찬 받은 김은희의 ‘미미’

솔오페라단의 라보엠에는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한다. 주·조연(主助演)의 경우 해외 가수와 국내 가수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여주인공 미미는 비엔나, 잘츠부르크, 취리히, 이스탄불, 뉴욕, 시카고 등 세계 주요극장에서 주역을 맡고 있는 세계 최정상급 소프라노 마리아 토마씨와 한국을 대표하는 리릭 소프라노 김은희가 맡았다. 푸치니의 또 다른 대표작 ‘투란도트’에서 티무르 왕을 보살피는 노예 ‘류’ 역을 맡아 “맑고 긴장감 있는 소리로 노예소녀의 가슴 아픈 사랑과 죽음을 절묘하게 표현해낸 소프라노”라는 극찬을 받았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수십 회의 독창회와 콘서트로 국내외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이화여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로돌포 역은 서울대와 빈 국립음대 음악원을 졸업하고 코벤트가든 오페라 하우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주역 가수로 발탁된 테너 박지민이 맡았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넵트렙코가 “박지민처럼 연기를 잘하는 성악가는 처음 본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테너 막스 요타가 로돌포 역을 함께 맡는다.

이 밖에도 줄리아 마쫄라와 박현정이 ‘무제타’, 우주호와 김동원이 ‘마르첼로’, 김성결과 정준식이 ‘쇼나르’, 드라골류브 바직과 박의현이 ‘콜리네’를 맡으며, 마에스트로 발터 아타나시가 지휘봉을 잡는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위너합창단, 한울 어린이합창단이 함께 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에 앞서 11월 10일에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오페라 버전으로 라보엠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공연은 11월 17(금) 오후 8시, 18일(토) 오후 7시, 19일(일) 오후 5시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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