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데스' 재경고한 최태원…"빠른 변화 없인 생존 못해"

조아라 2023. 10. 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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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및 AI 기술 발달 가속화 등 대격변 시대
글로벌 협력 확대 필요…"성장하는 기업 만들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정학 위기 심화 등 대격변 시대에 생존하려면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그룹 경영진에게 강조했다.

1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과 그룹 최고경영자(CEO) 들은 지난 16∼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본격 실행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한 '돌연사'(sudden death) 위험을 재차 언급했다.

최 회장은 △미국·중국 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 이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개인의 경력관리를 중시하는 문화 확산 등을 한국 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꼽았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한국과 SK가 생존하려면 글로벌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전략과 통합·연계된 사회적 가치(SV) 전략 수립과 실행 △미국, 중국 등 경제 블록별 글로벌 조직화 △에너지·인공지능(AI)·환경 관점의 솔루션 패키지 등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투자 결정 때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고 투자 완결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CEO들은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 거버넌스 혁신까지 여러 도전적 과제를 실행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CEO 세미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개막 연설을 맡은 조대식 의장은 "현재 우리 그룹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글로벌 문제는 주요 국가들의 패권 경쟁"이라며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주요 변곡점을 소개한 뒤 "미국의 성공 방정식을 참고해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성공적인 글로벌 사업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CEO들은 2010년 중국에 설립한 SK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도 설립하는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 이 같은 유기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면 경쟁력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이와 관련한 실행 방안을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의 일하는 방식과 인적자원 관리(HR) 시스템으로는 우수한 글로벌 인재 영입이 어렵다고 보고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회사·조직별 실행 방안 등을 모색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미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AI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풀을 운영하는 등 인재 인프라 구축 방안도 논의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매력적인 회사가 되지 않으면 더 많은 직업 선택권을 가진 미래 세대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며 "최고의 글로벌 인재들이 올 수 있도록 그 나라의 문화와 경영 방식에 익숙한 현지 조직에 과감히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지금은 신호와 소음이 혼재된 변곡점"이라며 "신호를 발견하는 리더의 지혜와 방해를 무릅쓰고 갈 용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이 연례 경영전략 구상 회의인 CEO 세미나는 그룹 성장전략과 경영화두를 제시하는 자리다. 올해 해외에서 개최한 것은 2009년 중국 베이징 개최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의제가 글로벌 경영인 데다 해외 각국에서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서는 경영진 일정 등을 고려해 프랑스 파리에서 세미나를 연 것으로 풀이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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