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아준다'던 산업은행…KDB생명 무산 이어 HMM도 '먹구름’
인수가·해운업 불황에 HMM도 유찰 가능성…산은, 재무건전성 개선 고심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KDB생명, HMM 등 '아픈 손가락'인 관리기업과 해묵은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KDB산업은행의 야심찬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자인 하나금융지주는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고, HMM은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해운업 불황도 HMM 매각 성사를 어렵게 보는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칸서스밸류PEF(KDB칸서스PEF)는 KDB생명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지난 17일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KDB칸서스PEF는 산은(68.2%)은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로, KDB생명의 지분 92.73%를 가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산은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을 선정했고, 하나금융은 이후 실사를 진행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KDB생명 인수는 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과의 매각 결렬로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는 5번째 실패하게 됐다. 이후 2014년부터 매각 대상자를 찾았으나,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KDB생명 적정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지난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367%에 이르는 만큼 재무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매각가와 재무 정상화 비용을 합치면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또한 산업은행은 HMM 매각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HMM 인수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뒤 연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6일부터 동원·하림·LX그룹은 2개월간의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HMM의 새 주인 찾기도 시장에서는 순탄할 것이라고 보진 않고 있다. HMM의 몸값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재 실사를 벌이고 있는 세 곳의 현금동원력은 5000억~2조5000억원 수준으로, 외부의 자금을 동원해야 매각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해운업의 경기 하락도 HMM 매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수준과 해운 업황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보면 10월 둘째 주 지수는 891.55 수준이다. SCFI는 지난달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에 900선 아래로 떨어진 후 현재까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강석훈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관리기업에 대한 정리에 속도를 낸다고 강조해왔다. 산은 구조조정 3 원칙에 더해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매각이 가능하다면 바로 매각하는 제4원칙'을 추가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20여년 만에 성공하면서 약속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한편 관리기업 매각에 암운이 드리우면서 산은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도 빨간불이 꺼졌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14.11%로 지난 1분기(13.11%) 대비 1%포인트(p) 올랐다.
산은은 13%대 BIS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올해 4월 8000억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을 발행했으나 한국전력 대규모 적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지분법상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 한전의 손실을 인식한다. 한전은 2분기에도 2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산은 측은 "필요시 하반기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하는 안을 추진하는 등 자본을 확충해 BIS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하도록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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