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넘어 인간을 탐구하다…40년 내공 교수의 고전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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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았던 2021년 봄,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있었다.
그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가르칠 마지막 과목은 '한국고전문학사'.
최근 출간된 '한국고전문학사 강의'(돌베개)는 한국 고전문학 연구에서 뛰어난 발자취를 남긴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의 2021년 1학기 학부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40년 가까이 고전문학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 '마지막' 강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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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았던 2021년 봄,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있었다.
그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가르칠 마지막 과목은 '한국고전문학사'.
오랜 기간 학생들과 질문을 주고받던 그 역시 수업 방식을 바꿔야 했다. 교단이 아니라 화면 너머 세상에서 이뤄진 비대면 수업이었다.
박 교수에게는 꽤 낯선 시스템이었지만, 뜻밖의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국문과 학생은 물론 언어학과, 경영학과, 인류학과, 디자인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였다. 다른 대학, 다른 지역의 학생도 그의 '마지막' 강의를 들었다.
최근 출간된 '한국고전문학사 강의'(돌베개)는 한국 고전문학 연구에서 뛰어난 발자취를 남긴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의 2021년 1학기 학부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40년 가까이 고전문학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 '마지막' 강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 번, 75분씩 진행된 강의는 예정된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대학에서 가르친 모든 노하우를 쏟아붓는 듯 열띤 토론이 열렸고,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시간 내에 강의가 종료되지 않는 날이 많았다"며 "워낙 진지한 질의를 해 줘서 간단히 답하기가 좀 미안해 자세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최대한 공력을 발휘'했다는 강의는 32개 주제로 정리된다.
문학의 개념과 문학사의 의미를 짚는 강의를 시작으로 건국 신화, 향가, 전기소설, 고려속요, 시조 등 우리 고전문학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을 두루 다룬다.
그중에서도 박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인간을 탐구하는 문학사다.
"통상 하는 것처럼 사실이나 지식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문학사를 가르치는 대신, 문학사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마음'이나 '정신'을 들여다보는 데 힘을 쏟았다."
이런 접근 방법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문학사 공부를 흥미롭게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희로애락, 고뇌, 열망, 간고(艱苦)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가치에 눈을 돌리면 문학사가 내 삶과 연관을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책 속 강의는 사랑을 노래한 고려속요, 양반과 상민 사이에 있던 중인들의 문학,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 탈놀이 등을 설명하며 다양한 인물 군상도 보여준다.
주제별 기술이 끝난 뒤 뒤따라오는 '질문과 답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늘날 관점에서 고전문학사를 배우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부터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까지 실제 강의와 같은 문답이 이어진다.
각 412쪽, 516쪽, 500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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