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전철 따르지 말라”…이스라엘 달랜 바이든

2023. 10. 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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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사로잡혀선 안 돼”
지상전 취소 가능성은 적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준비중인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하면서도 “9·11 테러 당시 미국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도 강조했다. 아랍국가들의 반(反) 이스라엘 정서와 이란 및 헤즈볼라의 참전 명분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내각 을 만난 뒤 열린 단독 기자회견에서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을 거론하며 “우리는 결코 다시는 두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 후반에 의회에 이스라엘 방어 지원을 위한 전례 없는 지원 패키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대만에 대한 안보 지원 예산으로 10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내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서도 “가자 지구 내 테러리스트 그룹이 잘못 발사하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서도 “그것은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측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자료를 근거로 언급하며 정보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분노에 공감하며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지상전을 앞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경고한다. 당신이 분노를 느끼더라도 그것에 사로잡히지 말라”며 강력한 보복을 향한 유혹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분노했고 정의를 되찾으려 했다”며 “정의를 얻기도 했지만 실수 역시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에 전쟁의 목표와 그것의 달성 과정에 대해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면서도 “테러리스트와 우리를 구분하는 것은 우리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랍 등 모든 사람의 근본적인 존엄성을 믿는다는 것”이라며 ‘법의 지배에 따른 행동’을 강조했다.

이어 “상당수의 팔레스타인 주민은 하마스가 아니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주민들도 크게 고통받고 있다”며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이스라엘에 방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상의 방문이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육군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이 끝나면 더이상 가자 지구에 하마스는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가자 지구의 영토도 줄어들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예고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우리는 민간인을 위협하고 여성을 강간하고 시체를 참수하고 아기를 납치하는 학살을 저지르는 하마스와 국경을 맞대고 살 수 없다”며 “전쟁의 목표는 하마스의 테러 주권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상전으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네타냐후 정권에게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쟁이 끝나면 공식 조사가 진행되고 네타냐후 총리와 보좌진에게 안보 실패의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런 조사는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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