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테러집단 탓”에도 진실공방 지속…‘증오의 목소리’로 뒤덮인 중동

2023. 10. 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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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어 미국도 무장단체 오폭 결론
중동 곳곳서 대규모 시위
로켓 폭격으로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병원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대참사의 주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음에도 중동 지역에선 증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가자시티 알아흘리 병원 폭발로 471명이 숨지고 31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 때문에 참사가 벌어졌다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폭을 주장하고 있다.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상공에서의 이미지, 획득한 정보 등을 볼 때 이스라엘은 병원 폭발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도 테러단체의 오폭이라 결론 내린 것은 폭발 양상 등 초기 증거를 볼 때 이스라엘의 공습이라 보기 어렵다는 정보 기관의 분석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 기관이 당시 적외선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이를 토대로 병원 폭발을 일으킨 로켓 혹은 미사일이 팔레스타인 전투원이 있는 위치에서 발사됐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CNN은 폭발이 일어난 병원에 폭탄이 공중에서 투하될 때 발생하는 큰 구덩이 대신 광범위한 화재가 있던 것을 주목했다. 이 같은 큰 화재는 탄두가 떨어져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로켓의 남은 연료 때문이란 것이다. 이는 병원과 가까운 팔레스타인 안에서 로켓이 발사된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한다.

영국 BBC는 폭발 당시 화면과 폭발 현장을 다녀온 자사 기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6명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3명은 지금까지 상황이 일반적인 이스라엘의 공습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심지어 희생자 규모를 놓고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 정보분석가인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영상과 사진들을 분석해 보면 희생자 규모는 50명 정도일 것”이라며 이스라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유도미사일로 병원을 공격했다”며 “관련 증거를 국제기구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입장 지지를 놓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맹목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미국을 가자지구 대학살의 공범으로 몰아세웠다.

사실상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그 맞은편에선 하마스 간 중간지대 없는 진실 공방을 벌이는 셈이다. BBC는 “(병원 폭격은) 군사적 싸움뿐 아니라 정보 전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실공방과 별개로 중동 전역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거대한 시위 현장이 됐다.

이날 레바논과 요르단, 리비아, 이란 등에서 반(反)이스라엘·반미 시위가 이어졌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날을 ‘분노의 날’로 규정하며 이스라엘 공격 위협을 한층 고조시켰다.

미국은 레바논에 대한 여행경보를 4단계로 높여 미국인들의 레바논 입국을 금지했으며 레바논 내 미 정부 관계자와 그 가족의 출국을 승인했다.

요르단에선 하마스 지지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으며, 아르헨티나에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 대사관에는 폭탄 테러 협박이 이어졌다.

WSJ은 병원 폭발로 중동정세 안정의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수교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신지아 비앙코 중동 전문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병원 참사에 책임이 없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아랍권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수교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서안지구에서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마스 등 무장 단체들이 세력을 넓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하마스와 달리 미국, 이스라엘 등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병원 폭력으로 주민들의 지지가 하마스 쪽으로 옮겨갈 위기에 놓였다. 실제 이날 서안지구 시위대는 이스라엘과 협력해온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겨냥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대통령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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