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쓰는 사모님·황제출장 사장님…반복되는 세금 빼먹기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10. 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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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감 참석 방해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씨는 이날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처음 폭로한 제보자 조명현 씨가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법인카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자신에 대한 국정감사 참고인 채택이 무산되자 조 씨는 18일 “국감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러 나왔다”며 “이재명 대표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대표 이재명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8월 23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7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기지사도 경기도 자체 감사 결과 김 여사가 법인카드를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기도가 공개한 감사 결과보고서에는 ‘최소 ○○건 ○,○○○천원’이라며 구체적인 액수는 가린 채 공개됐던 내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대표가 김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을 알고도 묵인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지난 10일 대검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수사 결과 법인카드 사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엄연한 공금 유용이다. 이미 조 씨에게 법인카드 유용을 직접 지시한 직속상관이자, 김 여사 수행 담당 비서관(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은 공직선거법상의 기부행위 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8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인카드 유용은 대표적인 세금 빼먹기로,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이번 국감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에서 이런저런 명분으로 과다 사용된 법인카드 문제가 지적됐다.

법인카드뿐 아니라 시간 외 근무 허위 입력, 물품 구매, 출장비 등으로 공금이 줄줄 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감사원의 ‘공공 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도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기관의 방만 경영 실태가 드러났다.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4월 영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1박에 260만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했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차관급 공무원이 ‘가’등급 출장지를 방문할 때 숙박비 상한액은 389달러다. 채 전 사장의 출장 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48만여원인데,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런 황제 출장이 가능했던 것은 가스공사가 그동안 숙박비 상한액을 따로 두지 않고 실비 전액을 지급하는 방만한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이런 식으로 가스공사 임원과 본부장 이상 간부가 공무원 기준 출장비 상한액을 초과해 지출한 숙박비만 7623만원에 달한다.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떠넘기기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사무관은 산하기관인 지역난방공사에서 파견된 직원에게 식사비 등 3800만원을 공사 법인 카드로 대신 결제하게 했고 그의 상관인 과장도 부서 회식비 1200만원을 공사가 부담하게 했다.

공기관에 대한 정부 순지원액은 매년 늘어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제도 정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의 마음가짐이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흥청망청 출장비를 쓴 사람들이 과연 자기 돈이었다면 그렇게 썼을까? 아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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