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기교… ‘미치지 않고서는 칠 수 없는 곡’[이 남자의 클래식]

2023. 10.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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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개봉한 영화 '샤인(Shine)'에 삽입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피아노 작품이 있다.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4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자 또한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해 밴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결선에서 연주해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1907년 작곡에 착수해 1909년 9월 23일에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연주자에게 요구되는 고난도의 기교와 음악성이 녹아있어 피아니스트들에겐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과도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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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美 무대 공연위해 33세에 작곡
구사할 수 있는 모든 기법 사용
완성뒤 절친 호프만에 초연 부탁
너무 어려워 거절하자 직접 연주
198㎝ 거구서 나오는 파워 감탄
비평가 “본인만 연주할 수 있어”

1996년 개봉한 영화 ‘샤인(Shine)’에 삽입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피아노 작품이 있다. 영화 샤인은 실존인물인 호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 1947∼)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극 중 헬프갓은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한 나머지 연주가 끝나자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키며 쓰러진다. 이때 연주하는 작품이 바로 ‘미치지 않고서는 칠 수 없는 곡’이라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다.

1907년 33살의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세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당시 라흐마니노프는 미국으로의 진출을 준비 중이었고, 이 작품은 순전히 미국 무대에서 공연할 목적으로 작곡됐다. 라흐마니노프는 미국 무대에서 발표될 이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작곡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피아니스트로서의 역량을 한껏 떨치길 바랐다. 한 마디로 미국의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작곡한 작품인 것이다. 그렇기에 라흐마니노프는 이 작품에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작곡 기법과 피아니스트로서 자신만이 연주할 수 있는 극한의 기교를 동시에 녹여냈다. 작품이 완성된 후 라흐마니노프는 이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라 칭송해 마지않던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요제프 호프만(Josef Hofmann, 1876∼1957)에게 헌정했다.

재밌는 점은 호프만이 이 작품을 헌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연주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호프만은 훌륭한 연주자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손은 그리 큰 편이 못됐다. 그런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다른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건반의 도약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호프만이 연주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굴지의 피아노 제작사인 슈타인웨이는 호프만에게 특별히 이 작품의 연주를 위해 건반의 폭을 좁게 특수 제작한 피아노를 협찬해 주기로 제안했으나 끝내 호프만은 극구 사양하며 연주를 거절했다.

결국 초연에서도 라흐마니노프 본인이 직접 연주하게 된다.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 이전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다. 가히 ‘피아노의 신’이라 칭송받는 리스트의 뒤를 이을만한 비르투오소(명연주자)였는데, 이는 그의 신체 조건과도 연관이 깊다. 라흐마니노프는 198㎝의 거구였고 특히 그의 손가락은 활짝 폈을 때 길이가 무려 30㎝에 달했다. 보통의 피아니스트들이 한 손으로 건반의 도에서부터 옥타브의 미까지 짚을 수 있었다면 라흐마니노프는 그보다 세음이 더 멀리 떨어진 옥타브의 라까지 닿을 수 있었다. 게다가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 또한 연주자에겐 축복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비평가들이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 본인만이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내놓을 정도였다. 1909년 11월 28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발터 담로슈(Walter Damrosch)의 지휘와 뉴욕 필하모닉의 협연, 그리고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됐다.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4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자 또한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해 밴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결선에서 연주해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작품.30

1907년 작곡에 착수해 1909년 9월 23일에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연주자에게 요구되는 고난도의 기교와 음악성이 녹아있어 피아니스트들에겐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과도 같은 작품이다. 약 40분의 긴 연주 길이를 가진 작품으로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악장에 등장하는 두 개의 카덴차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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