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해변서 발견된 고선박 정체는…"고려 곡물 운반선 가능성"

"선체 바닥 고려하면 한반도 고선박 중 최대"…기와·닻돌 등 확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올해 전남 해남군에서 발견된 고선박은 고려시대 때 만들어졌으며, 각종 곡물을 옮기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해남선'에서 수습한 유물과 선체를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에 제작·운항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 배는 올해 5월 해남 송호해수욕장 일대에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배의 아래쪽 면인 저판은 7열이 남아 있었다. 선체의 양 옆면을 이루는 외판 부재는 좌현 2단, 우현 3단이 각각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남은 부분을 토대로 추정하면 이 선박의 최대 규모는 길이 약 13.4ｍ, 폭 4.7m다.

연구소 관계자는 "저판의 규모를 따져 봤을 때 현재까지 (국내에서) 조사됐던 한반도 제작 고선박 중에서는 제일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선체 내부에서 찾아낸 유물과 부재를 살펴본 결과, 방사성탄소를 포함한 유기물 연대가 11세기 초반에서 12세기 중반경 즉, 고려시대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이 배가 과거 곡물을 운반하는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올해 6∼9월 수중 발굴 조사에서는 도기·기와 등 유물 총 15점이 나왔다.

칼과 같은 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숫돌, 나무로 만든 닻을 가라앉게 하기 위해 매다는 닻돌 등도 함께 확인됐다.

도기 내부에서는 볍씨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씨앗류도 나왔다. 연구소 측은 배가 과거 곡물을 운반하는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연구소는 "해남선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보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좌초 경위와 성격 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도 순차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남선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고선박은 총 15척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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