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 딴 한국서 열리는 '롤드컵'...뜨거워진 '협곡'의 바람 타는 기업들[New & Good]
삼성전자·LG전자, 게이밍 모니터 홍보
통신사·자동차 제조사도 대회·팀 스폰서 나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세계 최고 수준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올해는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9월 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LOL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서 이 대회에도 더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LOL E스포츠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기업들 또한 중요한 마케팅 기회를 맞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게임 내 무대인 '소환사의 협곡' 안에서 5대 5 게임이 벌어진다면 기업들은 바깥의 광고판을 놓고 경쟁에 나선 것이다.
LG전자가 전 세계 8개국에만 출시한 한정판 모니터
LG전자는 11일 라이엇게임즈와의 협업을 통해 LOL 테마로 장식한 한정판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 'LOL 에디션'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17일부터 22일까지 예약 접수 중이다. '전설을 위해 만들었다(Built for Legends)'는, 게임 명칭 '레전드'를 떠올리는 중의적 표현으로 홍보하고 있는 이 제품은 한국을 비롯해 독일·사우디아라비아·스웨덴·스페인·영국·이탈리아·프랑스 등 8개 나라에만 내놓을 '희귀템'이라 마니아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품 자체는 기존에 나온 2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게이밍 모니터에 디자인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그 디자인이 남다르다. 모니터의 뒷면과 스탠드 앞면을 LOL 게이머라면 단번에 알아볼 만한 게임 내 캐릭터(챔피언)를 상징하는 아이콘과 게임 로고로 꾸몄다. 또 모니터 자체 화면 설정 메뉴도 LOL 내 게임과 비슷한 글꼴 및 테두리로 장식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에 따르면 LOL 에디션 모니터의 디자인은 실제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9월 초 온라인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이 모니터의 '언박싱' 이벤트를 진행한 LOL 프로게이머 팀 '젠지(Gen.G)'의 '피넛' 한왕호는 "이 모니터 하나를 장만하면 어디 가서 LOL 좀 한다, LOL 좋아한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T1과 '오디세이'로 3년 동행한 삼성전자, 브랜드 영상 제작
삼성전자는 LOL 리그에서 가장 상징적인 팀 'T1'을 내세워 맞불을 놨다. 7일 삼성전자의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 '오디세이'를 홍보하는 브랜드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T1은 LOL 리그 최고 인기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제우스' 최우제·'케리아' 류민석의 소속팀이기도 하다. 페이커가 워낙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덕에 해당 영상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페이커는 11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오디세이 OLED G9이 반응 속도도 빠르고 모니터 뒷면의 메탈 디자인이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제우스도 "후면에 '인피니티 코어 라이팅'의 무지개 라이팅이 굉장히 화려하고 예쁘다"고 치켜세웠다.
두 회사에 따르면 이들이 홍보하는 최신 모니터는 크기와 형태만 조금씩 다를 뿐 성능 면에서는 비슷하게 업계 최고 수준이다. 0.03㎳(1,000분의 1초) GTG(그레이 투 그레이)의 빠른 응답 속도를 지원한다. GTG란 밝은 회색에서 어두운 회색까지 바뀌는 시간을 측정했음을 뜻한다. 주사율도 240㎐(헤르츠)를 지원하는데 이는 초당 보여주는 화면 갯수가 240장이다. 게이머들은 화면 전환과 애니메이션이 더욱 매끄럽게 표현될 수 있게 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주사율을 선호한다.
벤츠, LOL 세계 대회 4년째 후원
두 전자 회사가 인기 게임인 LOL 팬들을 노리고 게이밍 모니터를 집중 마케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엔 관련 기업에 그치지 않고 여러 업계에서 대회나 팀 후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LOL E스포츠 대회를 지켜보는 젊은 세대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 3사의 공통점은 LOL 후원팀이 모두 올해 세계 대회에 나간다는 것이다. KT 스포츠단에 속한 'KT롤스터'와 SK텔레콤이 후원하는 T1, LG유플러스가 후원하는 젠지가 모두 본선에 올라 있다. 최근 '청년요금제' 등을 내세워 고객 확보를 노리는 통신사들은 국내 리그 진행 중에도 다양한 E스포츠 연계 이벤트를 벌여 왔다.
자동차 업계에선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아가 눈에 띈다. 벤츠는 올해로 4년째 LOL 세계 대회의 스폰서를 맡았고 우승 반지 디자인도 담당한다. 5월부터 T1 팀에 전기차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기아는 이번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디플러스기아' 팀의 네이밍 스폰서다. 올해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을 후원하기도 했다.
LOL의 세계 대회는 2011년 시작해 올해로 13회째를 맞지만 인기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LOL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것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아시아권에선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기 종목은 E스포츠였다면서 "500만 명 이상이 표를 구하겠다고 응모하면서 추첨제로 판매해야 했고 재판매 푯값은 1,000위안(약 18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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