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마주 올라타다 빚만 남을라

이지영 기자 2023. 10. 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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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현상이 또다시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빚투'의 상당 부분이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에 의해 급등하는 테마주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테마주는 동일한 재료에 의해 같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 군으로 특정 이슈나 사건이 발생하면 단순한 기대 심리만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해당 이슈와 기업의 사업이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회사명이 이슈를 연상 시킨다거나 회사 대표이사와 이슈를 억지로 연관 지어 테마 종목 군에 끼워 넣는 등의 황당한 사례도 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따라서 등장하는 정치 테마주가 있고 지난해 혜성같이 등장했던 챗GPT로 인한 인공지능(AI), 올해 증시를 들끓게 했던 2차전지,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의 테마가 그러했다.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묻지마 투자'는 열풍을 넘어 광풍이 됐고, 주가의 등락에 따라 투자자들이 울고 웃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광기에 가까운 투자 열기로 '빚투'가 급증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테마주 광풍이 몰아친 지난 3분기(7~9월) 빚투가 급증하면서 반대매매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맞은 5개 종목(동일산업, 동일금속, 대한방직, 만호제강, 방림)의 거래 재개가 이뤄진 7월 역대 최대 반대매매가 쏟아진 데 이어, 8~9월에도 반대매매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531억3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매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2분기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3분기(150억8500만원) 대비로는 250% 넘게 급증했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사흘 후 대금을 갚기로 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외상거래'다. 사흘 후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가 일어난다.

금투협 통계에는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만 포함된다. 실제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매수한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 처분하는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는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신용거래융자 등을 포함하면 반대매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는 반대매매 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지고, 이에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4분기에도 빚투가 줄지 않고 있어 반대매매 역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3220억원에 달한다. 10월 들어 5일까지 반대매매 금액은 3분기와 마찬가지로 일평균 523억원을 웃돌았다.

게다가 지난 4월 SG사태, 6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에 악용돼 중단했던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증권사들이 속속 재개하고 있는 것도 빚투 심리를 더 부추길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메리츠, 교보, 유진투자, 유안타, 하이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이 CFD 서비스를 재개한데 이어 이달엔 KB증권, NH증권 등 대형증권사들까지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CFD는 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증거금을 40%만 납부해도 2.5배의 레버리지 투자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올해 두 차례 주가 조작 사건으로 인한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들의 반대매매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 손실을 봤다.

단타매매가 많은 증시에서 테마주는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했다. 투자자 역시 단순하지만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한번쯤 새겨볼 만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dw038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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