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에 힘실은 바이든 "가자 병원 폭발, 테러조직 오발탓"

박가영 기자 2023. 10. 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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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양측 회담 후 발표 내용…
"분노 느끼되 거기에 휩쓸리지 마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계획도 밝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를 두고 책임 공방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편에 섰다. 미국 정부는 하마스와 그 배후로 여겨지는 이란에 대한 제재도 단행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벤 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美 "가자 참사, 이스라엘에 책임 없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우리의 정보로 볼 때 그것(가자지구 폭발 사건)은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 그룹이 잘못 발사한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며 "우리는 전 세계와 마찬가지로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잃은 데 대해 애도한다"고 밝혔다.

전날 가자지구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폭격을 받아 수백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며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이 여파로 요르단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이든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회담이 취소됐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선 반(反)이스라엘·반미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이번 참사로 중대 분기점을 맞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도착 직후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기 전 모두발언에서 가자지구 폭격이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BY THE OTHER SIDE)"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맞춰 이스라엘은 영상, 감청 녹취록 등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근거로 든 건 '미 국방부 자료'다. 미 당국은 로켓이나 미사일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전투원이 있는 위치에서 발사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 및 적외선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이스라엘군 쪽에서 로켓이 발사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상공 이미지 분석과 감청, 공개된 정보에 근거한 현재의 평가는 이스라엘이 가자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AFPBBNews=뉴스1
바이든 "이스라엘, 정의 실현하되 분노 휩쓸리지 말아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 차례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지지를 강조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숱한 인명피해가 생긴 것을 "이스라엘의 9·11 테러"로 규정했다. 이어 "정의는 실현돼야 한다"면서도 "분노를 느끼되 그것에 휩쓸리지 마라. 9·11 이후 미국은 정의를 찾았으나 우리는 실수도 했다"며 과잉 보복을 경계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구호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자지구 및 서안지구에 1억달러(약 1355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스라엘도 이에 동의,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사람 대다수는 하마스가 아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는 그들의 기지와 무기, 소통 채널을 가자지구 거주지역 내에 두면서 무고한 가족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엄청나게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은 방문한 날 미국 정부는 하마스 자금줄 차단에 나섰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가자지구, 수단, 튀르키예, 알제리, 카타르 등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 9명과 단체 1곳을 테러 연계 혐의로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제재 대상은 대부분 하마스 주요 사령관 및 대원, 금융 조력자들이다.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미국 비자 발급 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하마스가 어린이를 포함한 이스라엘 민간인을 잔인하고 비양심적으로 학살한 이후 신속하고 단호한 조처를 하고 있다"며 "테러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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