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졌지만 전쟁은 승리?'…KISCO홀딩스, 감사 직무정지에도 버티나

최성준 2023. 10.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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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 감사 선임 무효 판단…중립적인 대행자 선임
임기 1년 6개월 남아…소송 판결 나와도 임기 지날 듯

의결권 행사 문제로 잘못 선임된 KISCO홀딩스 감사위원의 직무를 정지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의결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는 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회사 측에 불리하게 나오면서 주주총회 결의를 무효로 하는 소송에서도 회사가 패소할 소지가 커졌다. 그럼에도 회사는 본안 소송을 끝까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 주주가 제안한 감사위원 선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비즈워치

소액주주 손 들어준 법원

창원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13일 심혜섭 변호사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김월기 KISCO홀딩스 감사위원의 직무 집행을 정지시키고 대행자를 선임시켰다.

지난 5월 심혜섭 변호사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KISCO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김월기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의결권 사용 문제가 있었고, 선임을 무효로 하는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무효인 결의로 선임된 김 감사위원의 직무를 소송이 끝날 때까지 정지해 달라고 가처분 신청했다.

심 변호사와 이스트스프링운용이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이스트스프링운용이 보유한 의결권이 잘못 행사됐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위임없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5월10일)

앞서 KISCO홀딩스 소액주주연대는 주주제안으로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의 일원인 심 변호사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그러나 주총 결과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김월기 후보가 322만6758표, 심 후보가 320만3062표를 획득해 2만3696표 차이로 김 후보가 당선되며 주주제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후 이스트스프링운용의 의결권으로 알고 있던 2만4507주가 국민연금의 의결권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가 복잡해졌다. 해당 의결권을 배제하면 김 후보와 심 후보 모두 상법상 이사 선임을 위한 찬성 수를 확보하지 못해 의사 선임이 부결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스트스프링운용과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에 주총 결과 정정 공시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의결권 사용에 문제가 없어 주총 결과를 뒤바꿀 이유가 없다며 정정하지 않았다.

이에 법정 공방으로 들어갔고 가처분 신청 결과 창원지방법원은 심 변호사와 이스트스프링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KISCO홀딩스는 가처분 과정에서 주주명부에 '이스트스프링액티브퀀트201612'로 기재돼 있고, 국민연금이 드러나 있지 않아 주주명부상 이스트스프링운용이 의결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주주명부에 이스트스프링이라는 이름이 드러나 있으나 한국예탁결제원이 통지한 주주 번호와 주소가 달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김월기 감사위원의 직무 집행을 정지했다.

다만 심 변호사가 회사와의 소송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지위 관계에서 벗어나 있다고 판단해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추천한 유희찬 회계사를 직무 대행자로 선임했다.

회사 시간 끌기 들어가나

가처분 인용으로 본안 소송인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또한 KISCO홀딩스에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KISCO홀딩스 측에는 궁극적으로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애초 소액주주연대가 주주제안으로 KISCO홀딩스에 감사위원을 선임하기 위한 목적은 회사의 경영방식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주주연대 측 감사위원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한 것이다.

그러나 목표했던 감사위원 선임은 실패로 돌아갔고, 본안에서 승소해 재투표를 진행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표결을 다시 모으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 본안 판결이 나오더라도 KISCO홀딩스가 항소할 경우 재판 기간이 길어져 감사위원의 임기인 오는 2024년 3월을 넘어설 수 있다. 이미 감사위원의 임기 2년 중 6개월이 지난 상황이다.

심혜섭 변호사는 "본안 사건 기일은 11월말로 기적적으로 1심 판결이 빠르게 나오고 회사와의 다툼이 길어지지 않으면 임시주총 혹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재선임 결의를 할 수 있다"며 "다만 본격적으로 소송에 들어가면 임기가 끝나기 전에 1심 판결이 나올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KISCO홀딩스 관계자는 "김월기 감사위원의 직무를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며 "다만 주주총회 결의에 대한 최종 효력을 가진 판정은 본안 소송에서 나오므로 판결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감사위원 선임이 어려워져도 주주연대는 KISCO홀딩스에 대한 주주 활동은 이어 나갈 전망이다.

심 변호사는 "회사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하면 소수 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주주대표소송,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등 여러 가지 법적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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