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윤계상 “‘웃긴 장첸’이래요. 그것도 감사하죠”[스경X인터뷰]
“‘장첸’으로 개명을 할까 봐요.”
드라마 ‘유괴의 날’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영화 ‘범죄도시 1’의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상황이 됐지만 배우 윤계상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때 자신을 붙잡고 있던 완벽한 연기에 대한 욕심.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음으로 다가와 여유로 변해갔다.
ENA에서 현재 수목극으로 방송 중인 ‘유괴의 날’에서 윤계상은 어수룩하지만, 인간미가 있는 ‘유괴범’ 김명준으로 분하고 있다. 긴 머리에 타고난 괴력 그리고 아무렇게나 놔둔 것 같은 수염이 확실히 ‘범죄도시’의 장첸을 떠올리게 하긴 한다.
“이 드라마를 좀 했을 때 들었던 말들이 ‘웃긴 장첸이다’ 그런 말이 있었어요. 이번 기회에 개명을 할까 봐요.(웃음) 이미 모든 캐릭터에 장첸이 있어요. 그래도 그런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게 너무 감사해요. 어떤 부분에서는 인정을 받은 거잖아요. 장첸의 전에는 지오디(god)의 윤계상이었다가 이렇게 장첸이 된 것을 보면 또 다른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윤계상이 출연하는 ‘유괴의 날’은 진짜 딸이 아파 아내 서혜은(김신록)의 제안으로 다른 이의 딸 최로희(유나)를 유괴하게 된 남자 김명준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아픈 딸을 위해 다른 딸을 유괴해야 하는 어수룩한 유괴범의 기가 막힌 사연에 집중하다, 후반부부터는 로희에게 뇌실험이 행해졌고 주변 인물들에게 깃든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됐다.
“사실 ‘유괴’라는 소재가 쉽진 않았어요. 명준의 순수한 마음이 주가 되는 가족의 이야기인데, 제목 자체에 ‘유괴’라는 말이 있으니 거부감이 있으실까 고민했죠. 확실히 윤계상의 예전 모습, 허당기가 많은 모습을 좋아해 주셨던 분이 비슷하다고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과거 지오디 초창기 시절 ‘국민예능’으로 인기를 끌었던 ‘지오디의 육아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윤계상은 아역과의 호흡이 좋았다. 당시에는 아기 재민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역배우 유나다. 지난해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녀는 없는 윤계상에게 ‘부성애’는 어려운 화두였지만 또 나름 진심과 전력을 다하는 원동력이 됐다.
“확실히 제가 아이들과 잘 맞나봐요. 재민이도 그랬지만, 로희(유나)와도 잘 통하는 부분이 있었죠. 항상 연기할 때는 열심히 준비하는 편이거든요.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죠. 제가 생각하는 부성애는, 이런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강아지를 세 마리 10년 넘게 키웠어요. 최근 하나를 떠나보내는 아픔이 있었어요. 막연하지만 그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존재하고 소통하는 익숙한 무언가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 깔려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저를 어떻게 키우셨는지를 알게 되니까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윤계상은 배우로서의 모습 말고도, 최근 추석특집으로 KBS에서 실황이 공개되기도 했던 지오디의 25주년 콘서트 ‘ㅇㅁㄷ 지오디’를 통해 가수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당연히 나이가 들어 안무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고 무대가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여전히 ‘팬지오디’를 비롯한 팬들이 자신의 힘 원천임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람이 어떤 것이 너무 간절해지면, 자신이 뭘 가졌는지 잊게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제 생각에는 (가수에서) 멀어지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시간이 들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느끼는 부분은 ‘제 존재를 거부하면 안 되는구나’하는 생각이었어요. 감사함이 생겼고, 소중함이 생긴 것 같아요. 결국 배우 윤계상도 저고, 가수 윤계상도 저라는 사실을 알았죠.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이든 괜찮은 것 같아요.”
아이돌 출신으로 배우에 한때 매달리고 이 때문에 팀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어느새 윤계상도 4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한때 배우 윤계상으로서의 자아가 너무 커 몰입을 많이 한 나머지 인간 윤계상의 균형이 흔들리는 때가 있었다. 그는 배우와 가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잘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7~8년 전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절실하다보니 감정을 많이 지니면서 또 주변에 피해를 주는 상황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제가 사실 MBTI가 ISFJ라고 ‘용감한 수호자’로 불린데요. 소극적이고 계획적인데 감정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스스로 힘들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결국 가족의 가치가 큰 깨달음이었다. 윤계상에게는 스무 살까지 같이 살다 뇌졸중으로 떠나신 할아버지가 있었다. 부모님이나 가족의 소중함도 더욱 커졌다. ‘유괴의 날’을 통해 얻은 것도 그러한 교훈이었다. 이런 중요한 가치가 더 컸기에 ‘웃긴 장첸’이라는 이야기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늘 최선을 다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것이 배우라는 직업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서는 그저 대중과의 거리를 줄여보고 싶고요. 사람에게는 너무 많은 것은 필요 없다. 노력하면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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