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획득' 배그 모바일 윤상훈 감독 "귀인들 도움 컸다"
"지역연고제 등 산업 발전 방안 필요…성과 보일 것"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국가대표 선수들은 공항에서 만난 한 꼬마에게 은메달 5개를 몽땅 걸어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팀의 귀국을 기다리던 부모님을 따라 인천공항에 온 아이였다.
공항에서 취재진의 셔터가 쏟아지고, 선수들에게 꽃다발이 건네지자 아이의 부모님은 선수들에게 '뭐 하는 사람인지'를 물었다. 선수들이 e스포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국가대표라고 답했다. 아이는 '총쏘는 게임인데 나도 해봤다'고 답했다.
선수들은 들고 있던 은메달을 모두 아이에게 걸어줬고,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우리 게임은 아니더라도, 이 기억으로 나중에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함께 남겼다.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농심레드포스 선수단 인근에서 만난 윤상훈 배그모바일 국가대표 감독은 '받아본만큼 베풀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게임사·e스포츠 구단·협회의 도움으로 이뤘듯이, 선수들 또한 미래를 위한 고민과 도움을 함께 나누게 됐다는 것이다.
윤상훈 감독은 그중에서도 본인의 '귀인'으로 박경열 덕산e스포츠 대표를 첫손에 꼽았다. 은메달을 확정짓고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한 상대 또한 박경열 대표다.
2019년 첫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윤 감독은 이듬해 T1 배그모바일 감독으로 전향했다. T1 팀이 해체된 이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팀을 꾸려나갔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각자 집에서 훈련을 하다 대회 때 모이길 반복했고, 선수 부모님과 윤 감독이 비용을 각출해 운영했다.
윤 감독은 "연봉 0원이던 시절, 박경열 대표님이 모두 지원해주시겠다고 하더라. 모든 수익도 상금도 선수단이 가져가는 '엔젤 투자' 형태"라며 "도움을 받아 프로 시리즈가 첫 출범하던 2021년 우승했다. 덕산은 이후 남아있던 아카데미생과 함께 팀을 꾸렸고, 올해 프로 리그 시즌 1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박경열 대표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한 달만에 배그 모바일 아시안게임 버전에 적응해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 스크림 파트너를 구하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덕산e스포츠 유스 선수들이 모였다.
윤 감독은 "(박 대표의 도움으로) 국가대표팀을 상대할 덕산 유스 선수들 12명, 3개 팀에게 갤럭시 스마트폰을 한달간 임대해 제공했고 함께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며 "(소속팀 농심레드포스) 구단 입장에선 많은 인원들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되는 게 부담이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보내주셨다. 개인의 지원뿐 아니라 스포츠과학원의 심리 상담, 체력 조절, 영상 분석까지 이뤄져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감독 간 네트워크도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네 종목의 감독들은 지난 6월 한국e스포츠협회의 지원을 받아 e스포츠 지도자 자격연수를 완료했다.
그간 타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도 경쟁 팀이라는 생각에 제한적인 정보 공유만 이뤄졌다. 타 종목에서 전문성을 쌓은 지도자들을 만나며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균·신보석·강성훈 감독님 모두 각 분야에서 '탑'을 찍으신 분들"이라며 "2023년 팀이 리빌딩되면서 머리 속에 있는 피드백을 해주고 싶어도 정리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감독님들의 피드백 스타일을 습득했고, 올해 시즌 2에서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경험에 의한 피드백보다 '데이터'에 근거한 피드백의 중요성을 꼽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교훈을 적극 채택했다.
데이터 상으로는 씨재(최영재) 선수를, 경험치 면에선 파비안(박상철) 선수를 채택하는 게 맞았다. 이번 대회에선 운전으로 승부를 보기보다 사격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택했고, S자 타겟을 잘 맞추는 씨재가 선발로 나섰다.
윤 감독은 아직 국내 e스포츠 산업이 발전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페이커'라 꼽히는 파라보이(주보어청)처럼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도, 지역 연고제의 등장으로 생활e스포츠가 꽃피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감독은 "모바일 게임은 가족 단위나 전연령층이 접하기 쉽다 보니 생활 스포츠로 정착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며 "일본의 경우 프로 팀들에 가와사키·요코하마 등 지역 이름이 붙어 지역민들의 응원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지역연고제'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아시안게임의 교훈을 20일·21일 개최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라이벌스 컵 2023: 한국 vs 일본' 한일전 대회로 이어간다. 다음달엔 최상위 국제대회 '2023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챔피언십'도 예정돼있다.
그는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인도-한국 인비테이셔널'도, 이후 국제대회도 이어질 예정"이라며 "더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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