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대 피아노, 1004섬을 노래하다

이재진 2023. 10. 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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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특집] ‘산다이’ 문화 예술 축제

아름답고 은혜로운 섬이라는 신안군(박우량 군수) 자은도慈恩島는 임진왜란 때 피란 온 명나라 장수 두사춘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목숨을 구해준 신안 사람들에게 감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자은도에 '해넘이길'이라는 아름다운 섬길이 있다. 송산마을에서 두모마을까지 이어지는 12㎞쯤 되는 길로 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어 조망이 멋드러진다. 이 길은 트레킹용으로 만들어진 길이 아니다. 주민들이 예전부터 이용해 온 여염집 마당 앞을 지나고 대파밭과 산길을 넘어야 하는, 섬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며 걷는 삶의 터전이 어우러진 길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신안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에서 '신안 산다이'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기획한 104대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보기드문 콘서트도 예정돼있다.

걷다 보면 자은도의 명물 '1004뮤지엄파크'를 만난다 2020년 문을 연 '뮤지엄파크'는 천사대교에서 차로 30분 걸리는 양산해변에 있다. 해송숲으로 유명한 해변가에 축구장 70개 규모의 수석미술관·수석정원·세계조개박물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바다를 품은 이 공간은 주변 경관이 인공적 구조물로 인해 다치지 않도록 건물 배치에 세심한 공을 들였다.

'신안 산다이' 행사가 열리는 1004뮤지엄파크의 배치도

청춘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산다이'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 청춘 남녀가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노래 부르고 노는 판을 예부터 '산다이'라고 불렀다. 산다이라는 말은 '산대희山臺戲'에 대응하는 전남 지역 말이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

가을 깊어가는 10월에 1004뮤지엄파크에서 현대판 산다이가 펼쳐진다. 1004섬 산다이와 100+4 피아노의 만남. 피아노 104대가 등장하는 장관이다. 문화의 달 10월에 신안은 '피아노의 섬'이다. 조용한 신안 해변의 한바탕 야단법석은 전천후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이끈다. 임씨는 2012년부터 '100대 피아노 콘서트'의 예술감독으로 클래식과 국악, 가요,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어우르는 콘서트를 열어왔다. 이번 신안 산다이에는 기존의 100대 피아노 오케스트라에 1004섬 이름에 맞게 4대를 추가해서 진행한다.

이번 신안 '산다이' 축제에서는 1004섬 이름에 걸맞게 104대의 피아노로 기획했다.

임씨가 작곡한 '아름다운 피아노 섬, 자은도'를 비롯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즉흥환상곡 등 친숙한 클래식 레퍼토리를 104명의 피아니스트들이 함께 연주한다.

2012년부터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기획하고 공연해온 임동창씨.

신안 산다이는 지역민들과 어우러진 축제라서 더욱 의미 있다. 압해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노랫말에 임동창씨가 곡을 붙인 동요를 전교생 38명으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다.

비금중학교 학생들의 비금뜀뛰기강강술래도 놓칠 수 없다. 비금뜀뛰기강강술래는 여성 중심의 타지역 강강술래와 달리 남·여가 함께 뛰놀며 지역의 단합과 대동단결을 염원하는 전통놀이로서 강강술래의 원형적 요소가 잘 남아 있다고 평가된다.

비금중학교 학생이 선보이는 비금뜀뛰기강강술래. 강강술래의 원형적 요소가 보존돼 있다.

전천후 피아니스트 임동창 지휘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52호 신안씻김굿 보유자 유점자 선생에게 헌정하는 100+4대 피아노 연주도 눈길을 끈다. 신안의 장례의식에서 노래굿은 일상적으로 이어져 왔다. 출상出喪 전날 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북과 장구를 치고 노래와 춤으로 흥겹게 놀며 밤을 지새우는 풍습을 통해 상주를 위로하고 죽음의 공포와 절망을 씻어주면서 새로운 삶을 향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임동창은 유점자 선생을 위해 100+4대 피아노 연주곡을 작곡, 연주한다.

압해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노랫말에 임동창이 곡을 붙인 동요를 전교생 38명으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다

판소리 명창 신영희·왕기철, 대금 명인 이생강 등이 선보이는 국악 한마당, 클래식 음악과 재즈, 가요 등의 코너도 다채로움을 더한다. 신안 산다이 행사는 10월 20일부터 21일까지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에서 열린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신안군이 '문화의 섬'으로 변신하고 있다.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 임자도 '조희룡미술관', 비금도 '이세돌바둑기념관', 흑산도 '철새박물관', 증도 '갯벌생태전시관' 등은 섬들이 가진 저마다의 자연환경에 스토리를 입힌 독특한 미술관과 박물관들로 외지인들에게 호평 받고 있다. 섬마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한 개씩 세우는 1도 1뮤지엄 프로젝트는 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섬 지역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는 야심찬 프로젝트.

1004뮤지엄파크가 있는 양산해변에 설치된 조개 모양의 포토 조형물.

문화의 섬으로 변신하는 신안

박우량 신안 군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신안에서 나고 자랐다. 영화 한 편을 보려면 배를 타고 수 시간을 목포까지 나가야 했을 정도로 신안군은 문화를 즐길 인프라가 전무했다. 도시에서만 가능한 문화 체험 기회를 군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도 1뮤지엄 프로젝트, 섬마다 각각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히는 컬러 마케팅과 꽃 축제는 박 군수가 직접 구상하고 성공리에 안착시켜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신안을 대표하는 행사가 됐다. 신안군의 상징인 '천사섬1004섬'이라는 이름도 박 군수가 직접 지었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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