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유리가 왜 없지? 역사상 가장 기이한 비행기의 등장
풍동 실험 대신 빅데이터와 AI로 최적 모양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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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7~8시간 걸리는 대서양 횡단을 3시간 남짓에 주파하며 파리와 뉴욕 사이를 획기적으로 가깝게 만든 비행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순항 고도 1만8300미터, 속도 마하 2.02(시속 2150km)에 이르렀던 프랑스·영국의 제트기 콩코드(Concorde)입니다. 1962년 개발을 시작해 1969년 3월2일 툴루즈에서 처음 이륙한 콩코드는 현재 돈으로 무려 13억9000만 파운드(약 2조2900억원)의 개발 비용이 들어간 초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존 항공기의 두배 이상 속도로 항공 산업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던 콩코드는 최악의 실패 사례로 기록됩니다. 2000년 7월 이륙시 사고로 113명이 사망한 것이 결정적 운항 중단 계기였지만 음속을 돌파하면서 발생하는 소닉붐(음속 폭음)은 끊임없이 논란을 빚었습니다. “모두 환상적 아이디어라 여겼다. 콩코드가 머리 위를 날아가기 전까지는”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엄청난 굉음이 비행 지역 일대에 퍼져 나갔고, 창문이 깨지거나 건물이 흔들렸습니다. 그렇다고 바다 위에서만 초음속으로 비행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죠. 결국 콩코드는 2003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더 빠르게 하늘을 날아 지구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40년 노력이 허무하게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초음속 제트기의 꿈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X-59가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초음속과 소닉붐의 장벽을 뛰어넘었을까요.
◇항공기 모양이 소음 저감 비결
콩코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소닉붐의 정체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물체가 음속에 도달하면 먼저 만들어진 소리가 앞으로 나가기 전에 새로 만들어진 소리가 그 위에 다시 겹쳐지면서 소리가 두껍게 쌓이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겹쳐진 소리는 한꺼번에 폭발하듯 퍼져 나오는데, 지상에서는 굉음으로 들립니다. 흔히 소닉붐은 음속을 돌파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내내 발생합니다.
현재 하늘을 나는 물체 가운데 초음속으로 나는 것은 전투기와 로켓뿐입니다. 전투기의 경우 아주 높은 상공을 날고, 운항 횟수와 지역이 제한적이어서 지상에 별 영향이 없습니다. NASA와 록히드마틴은 바로 이 ‘소리가 겹쳐지는 현상’을 줄이는데 초음속 제트기 상용화의 열쇠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미 초음속을 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 당연한 얘기입니다. X-59 개발 책임자인 록히드마틴의 데이브 리처드슨은 기술매체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초음속은 값비싼 마법 재료나 색다른 엔진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설계와 실험에 AI와 초고속 컴퓨터 활용
NASA는 1971년 미 의회가 지상에서의 초음속 비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자 곧바로 소닉붐 저감 기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시험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초고속 컴퓨팅이 비행기 개발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집니다. 리처드슨은 “제트기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닉붐이 발생하는지, 높은 곳에서 생긴 소닉붐이 지상에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면서 “풍동(風洞) 실험으로만 이런 일을 했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도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NASA와 록히드마틴은 2016년 저소음 초음속 제트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8년 2억4750만달러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 공군은 이 프로젝트에 ‘X-59 퀘스트(Quesst)’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록히드마틴은 2013년부터 자체 개발하던 C100을 기본으로 날개와 꼬리 모양, 비행기 머리 길이 등을 계속 바꿔가며 실험을 진행합니다. C435, C506, C603 등 소음을 점점 줄이는 콘셉트 모델이 만들어졌습니다.
◇앞유리 없는 비행기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검증용 풍동 실험을 통해 개발팀은 소닉붐을 줄이는 노하우를 터득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기에서 엔진처럼 무겁고 부피가 큰 부분은 최대한 뒤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소닉붐을 일으키는 표면 간섭을 줄이려면 얇고 뾰죡한 앞부분과 몸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들은 앞유리나 조종석을 덮는 캐노피는 어떻게 디자인을 바꿔도 완전한 유선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결과 X-59는 앞유리가 없습니다. 파일럿은 외부 카메라 촬영 장면을 내부 디스플레이로 보면서 비행기를 조종합니다. 패스트컴퍼니는 “비행기 역사상 처음 있는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연방항공청(FAA)의 엄격한 안정성 인증을 통과했다”고 했습니다.
X-59 테스트모델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기존 비행기보다 훨씬 길고 뾰족한 앞부분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X-59에는 미 해군 전투기 F-18 수퍼호넷과 같은 GE의 F414-GE-100 엔진이 탑재됩니다. 같은 엔진인데 디자인만 바꿨다고 해서 과연 소닉붐을 줄일 수 있었을까요. 콩코드의 소음은 최대 출력으로 전기톱이 돌아가는 것을 옆에서 듣는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X-59는 식기세척기 소리 정도입니다. 다만 속도는 훨씬 느려졌습니다. 콩코드는 시속 2000km가 넘었지만, X-59의 순항 속도는 시속 1500km를 약간 밑돕니다.
X-59의 상용화를 결정할 본격 시험 비행은 내년 초 시작됩니다. 도시와 농촌 등 다양한 지역을 날아다니며 영향을 평가하게 되죠. 록히드마틴은 X-59를 최종적으로 앞으로 4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61m 길이의 쌍발모델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좀 더 빠르게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오랜 도전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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