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통도사 무풍한송길 - 숲의 가풍[정태겸의 풍경](55)

2023. 10. 19. 07: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런 숲이 있었다는 걸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기이할 만큼 제멋대로 자라난 소나무가 길 위에 한가득하다. 어느 한 그루가 그랬다면 그 녀석이 이상하게 보였겠지만, 전체가 다 그러하니 이건 이 숲의 가풍이라고 할밖에. 경남 양산 통도사로 오르는 길, 누구도 좀처럼 눈여겨보지 않는 이 길은 어느 숲과 비교해도 독특한 풍광으로 가득 차 있다.

몇 번을 다녔음에도 이 길을 걷는 건 처음이다. 당연히 이 길에 늘어선 소나무를 본 것도 처음이다. 늘 차를 몰아 절 아래까지 들어가 버렸다. 그러니 이 기이한 경치를 볼 기회가 없었던 게 당연하다. 소나무가 늘어선 길은 고작 해봐야 1㎞ 남짓. 그리 길지 않아 타박타박 걸어 오르기 좋다. 20분 남짓이면 충분히 통도사에 닿는다.

바람이 춤을 춘다. 누가 붙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명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절로 머리에 그려진다. 걷는 내내 ‘무풍한송길’이란 이름에 탄복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당개 삼 년에 풍월 읊는다’더니 절집 곁에서 셀 수 없이 오랜 시간 커온 나무는 선풍(수행문화)마저 따라가는 걸까. 나무들이 보여주는 이 독특한 몸짓은 이 숲만의 가풍이 아닐까 싶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