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모나미 2代 ‘삼분지계’에 부는 3代 이상기류

신성우 2023. 10. 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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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모나미①
창업주 장남 송하경 1990년 가업승계 
두 동생 ‘철·윤’도 주요 계열 독자경영
2009년부터 장손 송재화 대물림 작업
3代 체제 ‘사촌경영 vs 계열분리’ 기로

60년간 총판매량 44억 자루. 지금도 한 해 1억 자루가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 달리 ‘국민 볼펜’이란 별칭이 붙은 게 아니다. 모나미를 ‘모나미 153’이나 중견 종합문구업체로만 안다면 당신은 모나미를 반쪽만 아는 것이다. 그럴까봐 준비했다. 

송(宋)씨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로 옮아가면 얘기는 다채로워진다. 비록 장남이 가업의 적통을 이었지만 두 아우가 뒤를 받치는 ‘삼분지계(三分之計)’. 와중에 소리 소문 없이 밟아나가는 3대 승계 작업. 이래저래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집안이다. 

송하경 모나미 회장

1990년 중견기업 발돋움 무렵 2대 승계

모나미는 고(故) 송삼석 명예회장이 1960년 동업으로 창업한 회화구류(그림도구) 업체 광신화학공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32살 때다. 초창기 일본 문구류를 수입해 판매하다가 물감, 왕자파스를 자체 생산하며 사업기반을 잡았다. 

1963년 5월 국내 최초의 잉크 볼펜 ‘모나미 153’을 출시했다. ‘모나미’라는 이름은 ‘내 친구(MonAmi)’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친구처럼, 누구나 하나쯤은 갖게 되는 볼펜의 대명사가 됐다. 

‘모나미 153’의 인기는 39살 때인 1967년 12월 재(再)창업으로 이어졌다. 브랜드 이름을 따서 ‘모나미화학공업㈜’를 설립했다. 1974년 3월에는 아예 브랜드대로 간판을 ‘㈜모나미’로 바꿔 달았다. 그 해 6월 증시에 입성했고, 이듬해 3월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동업 관계도 청산, 마침내 독자적인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때가 됐다. 탄탄대로를 달리며 4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할 즈음 2대(代) 체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창업 23년만인 1990년 9월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모태기업 ㈜모나미의 대표 자리를 2세에게 물려줬다. 부인 고 최명숙씨 사이의 세 아들 중 장남 송하경(64) 현 회장이다. 

모나미 지배구조

2010년대 들어 뒷걸음질 치는 모나미

모나미는 지금껏 국내 문구업계 1위의 전통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2021년 기준)이 44%다. 계열사는 ㈜모나미를 비롯해 국내 6개, 태국 모나미타이랜드(Monami Thailand) 등 3개 해외법인을 합해 9개사다. 계열 총자산은 2250억원(6월 말 ㈜모나미 연결기준)이다. 

한데, 유명세와 달리 모나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점점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사무 자동화와 학령인구 감소의 한복판에 있다. 문구시장이 침체되며 벌이가 예년만 못하다. 

매출이 2011년 2820억원을 찍은 뒤로 뒷걸음질 치기 일쑤다. 2020년에는 1280억원으로 내리꽂혔다.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작년에도 1500억원에 머물렀다. 송 회장이 ㈜모나미 1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을 접수한 2000년(1720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치니 말 다했다. 

수익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2020년에는 1억원도 안됐다. 작년 63억원 또한 한창 잘나가던 2011년(128억원)의 딱 절반이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주춤하며 1~6월 16억원으로 1년전(33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모나미 재무실적

새 먹거리 못지않은 화두 ‘3대 승계’

송 회장이 진즉부터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반려동물 쇼핑몰 ‘모나미펫’, 미술교육 ‘모나르떼’, 오프라인 매장 ‘컨셉스토어’ 등 가지가지 하지만 별 재미를 못보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화장품에 꽂혔다. 2021년 8월부터 경기 용인에 222억원을 투자, 작년 11월 색조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생산공장과 물류창고를 완공했다. 이어 올해 1월 51억원을 출자,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했다. 

이렇다보니 2021년 9월 830억원 규모의 물류센터 매각으로 개선됐던 재무건전성이 다시 나빠지고 있다. 2021년 말 113억원(총자입금 685억원-현금성자산 572억원)으로 축소됐던 순차입금이 올해 6월 말 508억원(992억원-484억원)으로 4배 넘게 불어났다. 부채비율 또한 93.70%→113.7%로 상승했다. 

한 가지 더. 현재 송 회장에게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못지않게 허투루할 수 없는 화두가 존재한다. 3세 승계다. 부인 홍의숙(64)씨와의 슬하의 장남 송재화(36) ㈜모나미 상무가 몸을 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대물림을 위해 요긴하게 쓸 지렛대도 마련해 뒀다, 후계자의 나이 20대 초반 무렵인 2009년부터 은밀하게 ‘물주며 키우고 있는’ 히든카드다. 더 나아가 기대대로 잘 커준다면 자의든 타의든 지금의 2대 삼형제 경영 체제를 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물류업체 ‘티펙스(T-Pex)’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3대에 이르러 사촌경영이냐, 계열분리냐의 갈림길에 놓일 수도 있는 모나미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들춰보는 이유다. ‘하(河)’자 돌림 ‘경·철·윤’ 3형제의 뿌리 깊은 분할 경영이 맨 첫 장이다. (▶ [거버넌스워치] 모나미 ②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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